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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운 Mar 14. 2022

지금은 MBTI 시대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MBTI 열풍이 오래간다.

만나면 자연스레 질문을 받는다.

4년 전 회사 후배가 MBTI 전문 자격 과정을 듣는다고 할 때만 해도 생소해 물었었다.

정리하면, 성향 별 16가지 유형을 4 분할 조합으로 분석해 팀 내 갈등을 관리하고, 조직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툴이라는 거였다.

조직이란 게 워낙 각양각색의 구성원들이 이룬 공동체이니만큼 각자의 강점과 성향을 위트 있게 파악한다는 게 매력 있었다.

이제는 별자리 유행처럼 ‘나’라는 개인을 설명하는 툴로 대중화되었다.


결과적으로 난 INTJ이다.

무료 테스트로 다섯 번인가 했는데, 다섯 번 모두 결과가 같았다.

물론 A 하기도 B 하기도 뭐한 문제가 더러 있었고, 상황  INTJ 특징  해당하지 않는 것도 다.

재미있는 건 내 결과를 대하는 지인들의 반응이다.

양갈래로 의견이 분분한데, 바로 I 대 E의 대결이다.

나를 오래 보아온 친구들은 (겉으로는 사교적으로 보이는) 내가 'I'라는 것에 공감하는 데 반해, 회사에서 만나 자매처럼 지내는 이들은 기어이 내가 E라고 우긴다.

"에이, 언니 다시 해봐. 아무리 봐도 언니 E야"

"요놈들아, 네 번을 했다니까"

성화에 못 이겨 다시 하는데, 결과는 영락없는 INTJ다.

"자, 이제 그만 포기하고 받아들이렴”

사실 그도 그럴 것이 기본적으로 사람을 만나면 반기는 편이다.

특히 newcomer들에게는 먼저 농담도 걸고 살갑게 챙긴다. 어릴 때는 사교적이라는 말도 종종 들었다.

하나 실상은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다.

혼자만의 시간이 중요하고, 완전해지기 전까지 보이지 않는 빗금이 있다.

학창 시절에 내 마음가는대로 I였다면, 사회에서는 타협의 E로 변신하는 일도 잦아졌다.

다만, 면밀히 보면 거기까지인 거 같다.

반면, 내겐 회사라도 나의 사람들의 눈에만 보이는 비장의 멍뭉미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T와 F 사이가 미로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난 F의 기질이 많은 사람인데, 결과는 매번 T다. 생각해보면 일에 있어 강한 T가 반영되는 것 같아 일리가 없지 않다.


가족 여행을 떠나거나 할 때에도 계획을 세우고 가이드하는 게 ‘나’다 보니 그 역시 P보다는 J에 부합하는 유형이다.

코로나로 자유롭지 않을 때에도 제주는 매해 잊지 않고 갔다. 제주는 그만큼 무적의 대상이다.

정해진 일정 내 제주 특유의 변화무쌍한 날씨를 소화하려고 일 별 플랜을 엑셀로 짠다.

우천 VS 맑음 VS 흐림 옵션 별로 여정이 다르다. 예로, 우천은 실내 위주의 활동을, 맑음은 무조건 바다, 흐림은 숲이나 오름 위주이다. 개인적으로 제주 바다는 밀물 보다는 썰물이 좋아 물때도 잊지 않고 기록한다.

 



최근 특정 MBTI는 지원받지 않는다는 구인 공고 이슈도 보았고, MBTI 과열에 거부 반응도 생겼다는 마당에 뭐든 적당한 게 좋은 거라 느낀다.

본래 MBTI 취지 자체는 다양한 성향을 대표하는 유형을 기반으로 저마다의 개성이 공존해가는 법을 터득하기 위한 참고자료다.

우리가 자주 하는 오류 중 하나가 강점을 살리려고 하기보단 약점을 강점으로 만들려고 많은 시간을 더 소비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MBTI를 통해서 개인의 성향을 파악했다면, 강점은 일과 삶에 녹여서 극대화하고, 약점은 강점을 가진 누군가로부터 채워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다. 특히 조직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개인별 성향을 존중배려해 적재적소에 배치함으로써 능률과 효율을 만들어가면 된다.

I가 부족한 사람은 E와 섞어 무리의 밸런스를 맞추고, T가 강점인 사람들은 업무에서 그러한 강점이 잘 살아날 수 있는 업무로 동기부여와 성취를 만들어주는 것처럼 말이다.




부작용만 제외하고는 MBTI에 대한 사람들의 사랑은 계속될 것 같다. 일, 학업, 연애, 소비 패턴, 식습관에 이르기까지 까도 까도 연결고리가 끝 없고 재미있다.

그렇다고 MBTI가 개인을 하나로 정의하긴 여전히 무리다.

고로 나는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다.

즐기되 잊지만 않으면 된다.

나는 나인 걸!

말이다.

Canned heat by Jamiroquai (출처: Jamiroquai Official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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