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와 윙크해줘
사실 꽃은 경계 없이 다 좋아하지만 그중에서도 들꽃과 목련, 코스모스의 오랜 팬이다.
이름 모를 들꽃과 이끼는 작고 귀여워 보호본능이 일어난다.
무엇보다 이들을 만나는 장소가 장소이니 만큼 무방비 상태로 행복할 때 만나는 데서 오는 가산점도 있다.
자주 보고 싶은 마음에 들꽃을 데려와 심은 적도 있는데, 결과적으로 오래가지 못했다.
기껏 데려와 고생만 시키다 보낸 거 같아 마음이 좋지 않았다.
들꽃은 태생대로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은 후로는 본 자리에서만 즐긴다.
아무리 좋아도 쿨하게 헤어진다.
작은 것에 본능적으로 끌리는 반면, 유달리 볼드한 반전의 목련도 좋아한다.
정확히는 화알짝 웃을 때의 목련이다.
들꽃에 비하면 목련은 자이언트과지만 중요한 건 자이언트 베이비라는 사실이다.
몽글몽글 귀엽다가 팝콘처럼 퐁 터질 듯 함박웃음을 지을 때면, 아이의 웃음처럼 내 마음도 만개한다.
한철 인생 치고도 유독 만남이 짧아 애틋하지만 장렬히 떠나기 전까지 후회 없이 웃다 간다.
꽃말처럼 뽀얗고 고운 얼굴로 사람 마음을 흔들어 놓고…
거기에 한 발 더 나아가 목련의 진수는 낮보단 밤이다.
햇살에 진국으로 우러나는 하얀 얼굴도 예쁘지만, 애애하게 빛나는 달밤에 동그랗고 새하얀 얼굴을 하고 있는 걸 보면 낮에는 없던 새침함이 드러난다.
봄이면 어김없이 목련의 꽃눈이 활짝 눈 뜨길 기다린다.
기다림이란 설렘으로 성탄절보다 이브가 내게 찐인 것처럼 목련을 기다리는 맛에는 설렘이 있다.
촛불 같은 꽃눈이 나무 한가득 달린 걸 보니 우리의 만남이 머지 않았다 싶다.
목련아, 어서 와서 내게 윙크해줘
오래 머물러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