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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운 Mar 12. 2022

Love is blind

가족은 나의 힘


'Love is blind'라는 말을 좋아한다.

내리사랑의 수식이고, 나 역시 그 마음으로 사랑한다. 내가 받은 사랑이 그랬듯 가족에 대한 내 사랑도 그렇다. 아무 이유 없이 그저 너무 사랑한다.

언제고 나보다 우리 가족이 좀 더 행복했음 한다.

잘 살아가야겠다 마음먹는 책임감도 같은 연유에서다.  


물론 살면서 흔들리는 날도 많다.

그럴 때마다 가족이 떠오르고, 물맞댐을 한 듯 내 안의 코어를 찾아간다.


내 기저에 평온 모두 어릴 적 기억의 총체다.   

나와 동생이 잠들 때까지 매일 밤 책을 읽어주던 엄마는 우리가 집에 돌아오면 늘 두 팔 벌려 꼬옥 안아주셨다. 엄마의 품은 언제나 향이 나고 포근했다.

집에 들어서는 순간 진동하는 맛있는 냄새에 오늘의 메뉴를 맞추며 흥분하는 순간도 좋았다.

아빠는 저녁이면 목욕을 하고 나온 우리의 머리를 말리고 빗겨주시곤 했다.


주말이면 아빠가 스크랩해 두신 정보를 따라 맛 기행이다 꽃구경이다 방방곡곡 다니던 기억도 선연하다.

아빠 차에는 상비약처럼 비치타월이 있었는데, 물만 보면 정신을 못 차리는 나 때문이었다.

국도를 달리다 물만 보면 내가 직행하는 통에 우리 가족은 나를 배려하는 시간이 많았다.

처음에는 발만 담그고 올 것처럼 가던 내가 눈 깜짝할 새 몸을 담그는 통에 여행지에 도착도 하기 전 여러모로 품이 많이 들었다. 여분의 수건으로 엄마가 내 물기를 훔쳐주시면, 아빠는 비치타월로 나를 돌돌 감아 차까지 실어 나르셨다. 얌전한 내 동생은 내가 그럴 때마다 걱정 반 익숙 반으로 지켜보고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집에 나 같은 애가 둘이 아니도록 하늘이 내 동생을 둘째로 보내주신 것 같다.   


내가 짓궂게 굴어도 오빠인 양 다 받아주던 동생은 내가 하자는 놀이를 군말 없이 늘 함께 해줬다.

터널을 지날 때면 밤이니 눈감고 자자고 하면 열 번이고 자는 시늉을 했다.



그러한 시간을 거쳐 이젠 엄마아빠에게 안기기 보단 내가 안아 드려야 할 시간을 맞았고, 늘 대장 노릇하던 동생에게도 오빠 같은 구석을 종종 본다.

그렇듯 짝짜꿍을 맞춰주던 동생이 든든한 위로로 나에게 하이파이브해주었던 때가 있다.

손석희의 지각인생을 인용한 동생의 메일이었다.

메일의 시기로나마 짐작건대 대학원 졸업 후 적잖이 방황할 때였던 듯 싶다. 실패의 실체는 증발해버렸지만, 뭔가 인생의 쓴 맛을 단단히 맛보았으리라.


다른 기억은 잊었어도 분명한 한 가지, 동생이 보내 준 사랑과 응원이 그때 나의 답이었다.

그 이후부터 삶이 내 맘 같지 않을 땐 동생의 대기만성을 생각한다. 더욱이 한 해가 다르게 마음이 시간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게 되면서 하루하루 행복하게 사는 것이 중요해졌다.

그냥 그렇게 살아가다 눈 깜박할 새 할머니가 되고 싶진 않다.



그러한 마음으로 이번 한 달은 외부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나, 일과 삶, 관계' 총 3개의 주제 중 하나를 골라 나에게 질문하며 노트를 채워가는 방식이다. 내가 고른 건 <일과 삶>인데, 모든 노트의 부제가 '다시 내가 되는 시간'이다. 그 점이 마음에 든다.

노트를 채워가며 내 안에 몰입하고, 삶을 더 소중히 다뤄보려 한다.

우리가 몰입(Flow)할 때 시간이 흐르면서 충실감을 느끼고 살아가는 의미마저 느낄 수 있다는 연구처럼 그러한 경험을 다시 만나고 싶다.  

그 경험 안에서 내 삶에 큰 지분을 소유한 우리 가족의 행복도 바라본다.

언제고 돌아보면 나의 사방에 가족과 나의 사람들이 있다. 걸릴 게 없는 평지에서 넘어진대도 토닥이고 힘을 줄 존재들이다.




그런 동생이 최근 인생의 어퍼컷을 맞고 힘들어한다. 생각도 고민도 많은 내 동생이 종국에는 해피엔딩을 맞을 거라 믿는다. 진심으로 그렇게 믿고 있다.

어릴 적부터 누구보다 깊은 아이였으니까.

이번엔 내가 동생에게 사랑 담은 위로와 노래를 보내본다.

  내 동생, 기억나?  
조금 느릴 뿐 늦은 게 아니라던 말
너무 술술 풀려도 우리 인생은 맛이 없잖아
내 눈에 네가 빛나지 않던 때는 없었어
그러니 마음가는대로 너의 우주를 만들어 가
 
You are the universe by Brand new heavies (출처: London Recordings Youtube)

You're the future, and you've come for what is yours

The hidden treasure, locked behind the hidden doors

And the promise of a day that's shiny new

Only a dreamer, could afford this point of view

But you're a driver, not a passenger in life

And if you're ready, you won't have to try 'cause


You Are The Universe

And there ain't nothin' you can't do

If you conceive it, you can achieve it

That's why, I believe in you, yes I do


You're a winner, so do what you came here for

The secret weapon, isn't secret anym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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