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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운 Mar 09. 2022

추억은 힘이 있지

봄과 추억의 자작곡

부지런히 아침 투표를 마치고, 모닝커피를 했다.

커피를 마시다 창을 보니 오늘은 햇살도 공기도 유난히 봄스럽다. 창밖을 보는 여유도 감사히 좋다.


계절 변화를 보통 코로 감지하는데, 계절마다 특유의 냄새가 있다. 그중 봄냄새를 가장 좋아한다.

그래서 그런가 봄이 되면 콧바람이 들어 들뜨고 나사가 풀린다.

봄에 일을 잘하려면, 틈틈이 조여줘야 한다.

아아, 여행도 가고 싶다. 전시회나 근교로 바람 쐰 일 외에 여행다운 여행은 뜸했다.




모처럼 조용한 집에서 구석구석 정리를 하다 한 무리의 CD를 찾았다.

버스를 타거나 흰둥이랑 다닐 때 주로 듣던 아이들이다. 흰둥이는 옛 차인데, 흰색이라 '흰둥이'다.


흰둥이 때는 그나마 기분따라 이 CD 저 CD 골라 듣는 재미가 있었는데, 요새는 차도 노트북도 CD 칸 자체가 없다. 대학 때 리포트 파일을 담아 다니던 플로피 디스크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걸 보면 CD도 그런 날이 오겠지 싶다. 휴대하는 유형의 아이템이 아니라 무형의 아카이브처럼 모든 것이 온라인 세상으로 가는 거 같아 반쪽의 아날로그 리터니로서 조금 아쉽다.

대중 교통을 이용 안한 지도 몇 년이 된 듯한데, 버스 맨 뒷자리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창밖으로 사람 구경, 풍경 구경하는 걸 좋아한다.

반면, 지하철은 시야가 답답하고 마주한 사람과 부딪치는 시선도 불편하여 굳이 돌아가는 한이 있어도 지하철보다는 음악과 버스다.


차에서 듣는 음악은 몰입도가 최고인데, 특히 비오는 날이나 눈오는 날은 더 그 맛이 있다.

CD를 넣을 때 사르르으륵 CD 삼키는 소리도 좋았고, 짧은 정적 뒤 멜로디가 등장할 때의 설렘도 좋았다.

하나하나 꺼내 보다 대학 시절 앨범도 발견한다.

컴퓨터 음악(MIDI)을 하며 만든 나의 입봉곡 ‘기억’이 수록되어 있다.

과정 매 순간마다 설렜고, 꿈도 많이 있었다.

지금 나는 그때의 나와 얼마나 다르고, 또 얼마나 같은가 생각하게 된다.


흰둥이랑 자주 듣던 Illusion과 나의 노래를 다시 들으며, 퀄리티의 간극을 맛보지만 추억이라 다 괜찮다.

추억은 힘이 있다.

커피를 마시다 봄을 느끼다 CD를 듣다 다시 이렇게 추억으로 간다.

봄이 내곁에서 자라고 있다.


그래, 이래서 추억은 좋은 거지...
추억이란 그런 거지...



#1. 기억 (작사/작곡/보컬 : 나)

#2. Illusion _ by B.E.D (Ver.1.5 앨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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