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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운 Nov 30. 2022

숙성의 관계

인생 친구

우리는 자주 보면 정이 든다.

하루 삼 분의 일 이상을 머무는 공간에서 나이와 경험을 뛰어넘어 친구가 된다.  

그들은 동료 이전에 서로의 기억과 감정을 안아주는 사이다.


늘 잘한다 잘한다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R(언니, 오늘은 해가 서쪽에서 떴어, 라 말하면 그래 오늘은 그런 날이었나 봐.라고 말해줄), 구원자처럼 늘 자신보다 우리를 먼저 챙기는 H(우리는 천사라 칭한다), 내 상태를 귀신같이 알아차리고 연락하는 I(뜬금없이 전화해서 한참을 웃기다가, 이제 괜찮아? 라며 본론을 툭 던지는), 가족의 슬픔을 곁에서 함께 흘려보낸 N(그녀의 슬픔은 우리들의 슬픔이기도 해서), 나를 오래 살게 하려 작정한 듯 응원과 잔소리를 멈추지 않는 Y(밀가루 절식과 운동으로 미와 건강을 챙긴 동생은 긍정의 자극제이자 나의 자랑이다), 일에 대한 고민이 길어질 때 제 일인 양 더 깊이 고민하는 S(브레인의 조언은 언제고 큰 힘이다), 동갑의 나이에 비슷한 미래를 고민하며 서로를 응원하는 P까지...

소속은 모두 달라도 마치 우리들 마음이 곱게 리본으로 묶여있는 것 같다.


나는 시간이 많이 필요한 사람이라 마음이 다 열리기까지 시동이 오래 걸리는 편이다. 그럼에도 자타공인 내가 인복이 많은 사람이란 걸 알고 있다.

꽈당 넘어져도 아픔을 잊을 만큼 안심을 주는 관계가 있다는 게 얼마나 특별하고 멋진 일인지 꾸준히 감사를 느낀다.


친구들도 나도 오래오래 살아 오래오래 안부를 물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나이 들어가는 서로를 유쾌하고 아름답게 응원하면 좋겠다고.   


우리는 이미 시간을 초월했고, 중요한 건 거리가 아니라 변하지 않을 숙성의 깊이라는 진실 또한 잘 알고 있으므로.


☆오늘의 추천 BGM

아프리카의 스팅(Sting)으로 불리는 베이시스트 겸 재즈 뮤지션 '리처드 보나'의 곡으로 <Bisso Baba>는 '항상 함께(Always Together)'라는 뜻이다. 카메룬 태생으로 우리나라와는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참가로 인연이 있다. 이 곡은 2005년에 발매한 리버런스(Reverence) 앨범에 수록되었다.Reverence2005

Richard Bona (voc, b-gtr) Bisso Baba (출처: 출처: Metropole Ork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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