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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운 Dec 05. 2022

미지의 얼굴

타인의 재발견

책을 보는데 코 아래로 시야에 무언가 자꾸 걸린다.

콧날에 가릴 듯 말 듯 선을 넘어 마중 나온 무언가.

그것은 바로 내 '입술'이다.  

어느새 입술이 또 '후움-' 자세를 취하고 있다.

알고 보면 오늘의 후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 오랜 나의 버릇이다.

하나의 활동에 열중할 때마다 꾸준히 마중을 나오고 있다.

영문도 영문이지만, 그렇다고 고치려 딱히 마음을 쏟은 적도 없다.

크게 진지하지 않을 뿐더러 내가 모르는 나를 만나는 일대체로 민망해도 해롭기보단 코믹에 가깝기 때문이다.


오랜 코믹을 포착할 때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한 사람.

후움-을 발견한 최초의 타인이자 중학교 시절의 학원 원장 선생님이다.  

뿔테 안경에 목소리가 성우 같던 원장 선생님은 카리스마만큼이나 웃음에도 소질이 있는 분이었다.

별 힘을 들이지 않고도 자주 우릴 웃게 만드셨다.

자습 시간이나 막간을 이용해 아이들의 장난과 안부를 챙기시기도 했다.

수업을 듣다가 이따금 창문으로 우리를 보고 계신 원장 선생님과 눈이 마주쳤는데, 서비스처럼 윙크와 엄지척을 날려주신 후 사라지곤 했다.


어느 날엔가 창문으로 자습 중인 우리를 지켜보던 원장 선생님이 벌컥 문을 열고 들어오셨다.

우리의 시선이 일제히 문 쪽을 향했다.   

우리를 스캔하듯 엄한 얼굴로 둘러보시던 원장 선생님이 갑자기 두 팔을 허리에 차고 소리치셨다.


아니, 누가 우리 지운일 속상하게 했쪄!!


과장된 말투를 따라 모든 시선이 이번엔 원장 선생님과 나를 바삐 오갔다.

영문을 모른 채 고개를 돌리던 찰나 시무룩한 표정으로 '우움' 하고 있는 선생님과 마주쳤다.

친구들도 나도 모두 웃고 말았다.

내 입술의 순간을 처음 알게 된 날이었다.

정체를 안 이상 의식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이후로도 우리는 지속적으로 만났다.

고개를 숙인 채 골똘히 책을 읽거나 요리, 공작과 같이 손으로 무언가에 열중할 때마다 자주 그리고 오래.  

 

어쩌면 나만 모르는 나의 얼굴은 더 많을지 모른다 생각한다.

개중에는 끝끝내 모르고 살아갈 장면도 섞여 있다고. 나의 장면도 나 아닌 이들에게 더 익숙한 것이라고.

이야기를 수집하듯 순간의 이미지들을 복기한다. 타인의 눈이 된다.

세 살 버릇부터 오늘까지 차곡차곡 쌓인 미래에 나는 어떤 이야기를 가진 할머니가 될까.

어떤 이야기로 웃음을 주고 있을까.


문서 작업을 하다 순간을 포착하듯 고개를 휙 돌린다.

거울 속 입술은 얌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각자의 일에 열중하고 있는 내 곁의 타인에게로 시선을 옮긴다.

우리가 서로 모르는
미지의 얼굴을 발견한다면
희소식처럼 말해주어야지

생각하며...



★오늘의 추천 BGM

영화 <8명의 여인들>의 OST 중 가장 사랑스러운 곡이자 내가 좋아하는 곡이다. 좌우로 어깨를 들썩이며 따라 부르게 되는 <Mon amour, mon ami>. '나의 사랑, 나의 친구'라는 뜻이다.   

8-Femmes - Mon amour, mon ami (출처: Rocio Fernandez Youtube)


Toi mon amour, mon ami

Quand je rive c'est de toi

Mon amour, mon ami

Quand je chante c'est pour toi

Mon amour, mon ami

Je ne peux vivre sans toi

Mon amour, mon ami

Et je ne sais pas pourquoi

Ah ah ah ah ah ah ah ah ah


Je n'ai pas connu

d'autres garions que toi

Si j'en ai connu,

je ne m'en souviens pas

A quoi bon chercher,

faire des comparaisons

J'ai un ciur qui sait

Quand il a raison

Et puisqu'il a pris ton nom


Toi mon amour, mon ami

Quand je rive c'est de toi

Mon amour, mon ami

Quand je chante c'est pour toi

Mon amour, mon ami,

Je ne peux vivre sans toi

Mon amour, mon ami

Et je sais tris bien pourquoi

Ah ah ah ah ah ah ah ah ah


On ne sait

Jamais jusqu'oi ira l'amour

Et moi qui croyais

Pouvoir t'aimer toujours

Qui je t'ai quitti

Et j'ai beau risister

Je chante parfois i d'autres que toi

Un peu moins bien chaque fois


Toi mon amour, mon ami

Quand je rive c'est de toi

Mon amour, mon ami

Quand je chante c'est pour toi

Mon amour, mon ami

Je ne peux vivre sans toi

Mon amour, mon ami

Et je ne sais pas pourquoi

Ah ah ah ah ah ah ah ah 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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