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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운 Dec 12. 2022

달콤 살벌 소보루

내 친구 소보루

내가 좋아하는 곰보빵은 맛은 있어도 예쁘게 먹기엔 까다롭다.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인정사정없이 낙하하는 소보루 때문이다.

내겐 그 달달한 잔해들이 무기가 되던 시절이 있었다.

나의 소보루는 참아주기 힘든 자들의 응징에 사용되었는데, 발상과 방식 모두 다분히 동물적으로 카리스마 따윈 찾아 볼 수 없었다. 

소보루빵 (이미지 출처: 나무위키)

그날은 일요일이었고, 친구를 따라 별생각 없이 간 교회에서 주일학교 수업까지 남아있게 되었다.

중학교 여름 방학을 앞두고, 캠프 얘기가 한창이었다. 

근처 빵집에 모인 우리는 선생님이 오시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들 대부분 학교에서 알고 지내는 사이였고, 몇 명은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열명 남짓의 무리에는 청일점이 한 명 있었는데, 하얗고 마른 몸에 까칠한 눈빛을 가진 A였다.

굳이 옆자리에 앉은 A가 나를 힐끗 보더니 말을 걸어왔다.

"너 나 본 적 있지? 난 너 아는데…"

그때부터 시작된 A의 종알거림은 반은 자기 자랑에 나머지 반은 남에 대한 평가였다.

나의 동조를 바라듯 말 끝마다 "너도 그렇지 않냐" 덧붙이는 A에게 슬슬 피로를 느끼며 생각했다.

‘얘 친구가 별로 없겠구나..'

자신이 하는 말이 비호감인지 모르고 지속하는 아이들은 대개 자신이 외톨이인지 모르는 유형이 많았다. 

시험 결과를 두고 자랑하던 A가 두 번째 빵을 집어 드는 대각선 자리의 D를 보며 말했다.

"저렇게 먹으니 살찌는 거야. 넌 저러지 않지?"  

그 애를 말없이 쏘아본 나는 앞에 있던 소보루를 비장하게 집은 다음 소보루가 우수수 떨어지도록 와앙 베어 물었다.

“야아, 너 갑자기 왜 그래?"

기겁하는 A의 얼굴에 대고 나는 쏘아 붙였다.


야, 원래 소보루는 이렇게 먹는 거야

소보루 잔해 일부가 A의 바지 위에도 떨어지자 A의 얼굴은 짜증과 울상으로 범벅되었다.

나는 보란 듯이 한 마디 덧붙였다.

그리고 나 원래 이래!


알고 보면 내 친구 소보루는 그렇듯 매콤하기도 한 것이었다.


#대문 이미지 출처: Pexel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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