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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운 Nov 21. 2022

달의 의미

In others words, 사랑의 다른 말

11월은 달(月)의 장식이 두어 차례 있었다.

지난 8일 지구의 그림자가 붉은 달을 가리고, 그 달이 천왕성을 가렸다. 백 년에 한두 번 볼까 말까 한 진풍경을 바지런히 폰에 담고, 서로에게 선물했다.

얼마 전에는 아르테미스의 우주선이 달을 향해 출발했다. 지구로 귀환은 12월 11일, 자그마치 210만 km의 비행이자 반 세기만의 도전이다.

(좌) 오리온의 우주셀카 (우) 오리온에 함께 탑승한 NASA 마스코트 스누피 인형 (출처ㅣNASA)

유인 달 탐사 미션인 '아르테미스(Artemis)는 2024년에 사람을 태워 달 궤도까지 닿은 후 귀환을, 25년에는 상주기지를 짓고 화성 탐사 기반을 닦는다는 포부를 밝혔다. 내일의 일처럼 멀지 않은 이야기다.

그들에게 ‘달’은 화성으로 가기 위한 전초기지이자 지속 가능한 탐사의 주역이기도 하다.

그사이 인간은 달에서 물과 더불어 추출 가능한 자원도 발견했다.

스페이스X의 스타쉽과 함께 민간인 최초 우주관광객인 미 억만장자 티토가 달 탐사 여행을 예약했다는 기사도 보았다. 비공개로 부쳐진 정확한 경비는 상상을 초월하리라 생각한다.  

모두가 꿈같은 현실이지만, 사실 나는 그들의 달을 꿈꾸지 않는다.


내 유년의 달은 전래동화 속 옥토끼가 떡방아를 찧거나, 가족과 함께 보름달에 소원을 빌고 부럼을 깨던 일상의 추억이다. 그것으로 충분하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반면, 나의 정서를 흔드는 '달'은 따로 있는데, 아름다운 메타포로 분하는 순간이다.

일본의 소설가이자 영문학자인 나쓰메 소세키에게 '달이 아름답네요'는 곧 'I Love You'였다.

내가 반하는 달은 아르테미스의 달보다 사랑을 말하는 메타포의 달이다.

달에 있는 자원과 우주의 가능성보다 그저 설렘을 안은 달이 나를 움직인다.


가사만으로도 아름답기 충분한 <Fly me to the moon>도 같은 맥락이다.

한 편의 시와 진배없는 이 곡은 미국 우주비행사들의 달 탐사가 부상하면서 함께 알려진 노래로 아폴로 11호가 달에 최초로 착륙할 당시에 우주비행사들이 들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Fly me to the moon
And let me play among the stars
Let me see what spring is like
On Jupiter and Mars

In other words hold my hand
In other words darling kiss me

Fill my heart with song
And let me sing forevermore
You are all I long for
All I worship and adore

In other words please be true
In other words I love you

In other words hold my hand
In other words darling kiss me

Fill my heart with song,
And let me sing forevermore
You are all I long for
All I worship and adore

In other words please be true
In other words I love you


사랑한다는 건 미지의 우주를 유영하는 것, 만나보지 못한 상상을 선물하는 것이다.

노래를 타고 공간을 넘나드는 춤이자 꿈과 같다.

눈을 감은 채 노랫말을 따라 손잡고 단어와 단어 사이의 아름다움을 떠다니면, 온몸에 고백이 퍼지는 상상을 한다.

나의 상상의 대미를 사랑에 취한 마지막 한 마디가 장식한다.

In other words I love you.


내가 가장 사랑하는 구절이기도 하다.

수없이 달콤한 메타포로 속삭이지만 달도 사랑도 결국은 감출 길 없어 입술에 맺혀야 하는 단어, 사랑이다.

이때 I love you가 빛을 발하는 건 대체 불가능한 진실이란 점도 크지만, 바로 앞에서 운을 떼듯 여운을 주는 In other words의 지지 덕분이라 생각한다.

참고로 In other words는 이 곡의 원제이기도 하다.

발매 후 첫 소절 Fly me to the moon이 더 큰 반향을 불러오면서 공식적으로 제목이 바뀌었고, 발매 당시 Take me to the moon로 가사를 수정하라는 제작사의 요청을 작곡가 바트 하워드가 천만다행히(?) 거절한 이력도 가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제목이 In other words로 유지되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Fly me to the moon이 Take me to the moon이 되지 않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안이 된다.

이 곡은 이미 벅찰 만큼 훌륭히 아름다우므로.


멀지 않은 미래에 달을 여행하는 시대를 살아갈 테고, 그 시간에 우리의 사랑은 달이 아닌 어떤 단어가 대신하게 될까? 어떤 떨림을 상상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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