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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문득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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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운 Dec 23. 2022

사랑의 속성

문득, 오늘 #1. 그럼에도 사랑

누군가 사랑이 무어냐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사랑이란 '고유의 두 세계가 서로를 알아보는 것'이라고.


우린 닮았구나,
참 다르구나,
그럼에도 사랑하는구나.


말하고 보니 하나의 정반합 같기도.

두 세계가 굳이 서로를 끌어안거나 하나가 될 필요는 없다.

둘 사이에는 '그럼에도'라는 막강한 전제가 깔려 있으니까.

그것은 존중이고 막연하지만 보상을 기다리지 않는 신뢰다.


나는 가족, 내 가까운 이들에게 사랑을 어렵지 않게 말하는 편이다.

그건 사랑해, 알라뷰 같은 언어일 때도, 포옹과 손하트의 몸짓일 때도 있다.

비교적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는데, 문자나 톡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정말로 아끼고 사랑해서 주저 없이 말할 수 있다.


나는 나의 사랑도 좋지만, 남들의 사랑도 좋다.

세상의 모든 사랑을 응원하고 있다.

모든 유형의 사랑을 응원하면서 사랑이 확장되길 소망한다.

그 사랑으로 부모가, 친구가, 연인이, 아이가, 동물이, 식물이 세상의 모든 생물들이 아낌을 실감하길 바란다. 받은 사랑으로 귀해지고, 받은 사랑을 온 마음을 동원해 누리고 또 베풀게 되길 바란다.

돌고 돌기를 바란다.


흔해서 좋고, 흔해도 좋다.

사랑의 속성이 어디 가진 않으니 공유할수록 마음은 커지고 있다.

사랑을 신뢰한다, 사랑한다.

 


# <문득, 오늘> 그리고 詩

너를 껴안고 잠든 밤이 있었지,
창밖에는 밤새도록 눈이 내려
그 하얀 돛배를 타고
밤의 아주 먼 곳으로 나아가면
내 청춘의 격렬비열도에 닿곤 했지,
산뚱반도가 보이는 그곳에서 너와 나는
한 잎의 불멸, 두 잎의 불면, 세 잎의 사랑과
네 잎의 입맞춤으로 살았지,
사랑을 잃어버린 자들의 스산한 벌판에선
밤새 겨울밤이 말 달리는 소리, 위구르,
위구르, 들려오는데
아무도 침범하지 못한
내 작은 나라의 봉창을 열면
그때까지도 처마 끝 고드름에 매달려 있는
몇 방울의 음악들,
아직 아침은 멀고 대낮과 저녁은
더욱더 먼데
누군가 파뿌리 같은 눈발을 사락사락 썰며
조용히 쌀을 씻어 안치는 새벽,
내 청춘의 격렬비열도엔
아직도 음악 같은 눈이 내리지  

                                              by 음악들 _ 박정대


# 오늘의 추천 BGM

오래오래 사랑하고 있는 곡, La Belle Dame Sans Regrets. 이 곡을 듣는다면 사랑에 빠져도 모를 것 같은 기분이 들곤 한다. 중반부 Sting의 매력적인 목소리가 또 하나의 악기처럼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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