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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운 Feb 28. 2023

사랑이 충만해도 취향

문득, 오늘 #4. 취향과 에너지

여행은 떠날 때 설렘과 떠나와 그리워하는 묘미에 있다.

선물 상자를 열기 전과 선물을 품에 안고 돌아오는 순간 같다.

지금의 나는 그리움의 묘미에 있다.

그러나 오늘의 글은 엄밀히 말하면 여정이 아닌 취향에 관한 이야기다.  


통상 하루 이만 보 이상을 다닌 이번 여행은 공간의 영향이 컸다.  

사랑은 충만해도 나의 문제는 체력이니까.

물론 정신이 우위에 있듯 나의 기력을 좌우하는 건 공간과 나의 호흡이었다.

단적으로 도톤보리나 덴덴타운은 체질적으로 내게 힘든 공간이었다.

시끌시끌 복잡한 거리에서 벗어나 체크인을 마친 나는 몸살 기운에 저녁 식사를 건너뛰고 잠에 들었다가 간단한 요기 후 다시 잠에 빠졌다. 그것이 나의 첫 여정이었다.

반면, 교토에서의 나는 같은 이 만 보를 걷고도 다른 몸과 마음이 되었다.

자연과 신사 고유의 고즈넉함이 나를 안아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제주의 숲길에 강한 나의 취향이 에너지로 전파되듯 안정이 고요히 나를 채웠다.   

[커버 이미지]는 기타노텐만구, (왼쪽부터) 금각사, 청수사 그리고 내천이 예쁜 기온 시라카와에서 남긴 시간들

유독 기억에 남은 기타노텐만구 역시 칼바람에 얼음눈까지 내렸지만 곳곳이 다정하고 윤이 났다.

매화 축제가 시작된 이곳의 완연한 봄을 상상하니 마음이 녹아내릴 것 같았다.


다시 돌아온 일상에서 여행의 기억이 잔향처럼 함께한다.

오늘을 지탱하는 어제의 힘일 것이다.

더욱이 내가 가장 사랑하는 봄이다.

뱃속이 간지럽게 기분 좋은 시간이 오고 있다.

이제 두 팔 벌려 봄을 꼬옥 안는 일만 남았다.   


#오늘의 추천 BGM

Alone in Kyoto (출처: sasarasasarasa Youtube)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OST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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