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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문득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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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운 Apr 09. 2023

행복의 이치

문득, 오늘 #5. 마음의 봄. 나의 봄

언제 오려나 하는 마음에 창밖을 보니 이미 세상은 봄이다.

몰라 본 이유 모두 내 마음에 있었지 싶다.

나름 큰 산들이 3, 4월 포진해 있고, 그중 하나가 지난 주에 끝났다.  

두 번째 산을 넘고 나니 장거리 질주에 몸도 마음도 소진되어 버렸다.

알고 있다. 일에 대한 스트레스의 7할은 완벽하고 싶다는 나의 성격 탓이란 걸 말이다.

그럼에도 그 성격은 어디 가지 않는다.

예전 한 사수의 말을 기억한다.

내가 나의 아이를 키우듯 일을 대하는 걸 지켜보던 사수는 회사 일은 너의 일이지 너의 것이 아니라 조언했었다. 그 말은 여러 진의를 담고 있었고, 분명 내가 새겨들어야 할 것도 포함하고 있었다.

나를 향한 복잡한 깨달음에도 여전히 나는 일에 있어 쿨하지 못하고, 쿨하지 않았다.

지난 산 하나는 전사 구성원을 대상으로 기획한 창립 기념 행사였다.

몇 백 명의 시간을 책임진다는 생각에 챙길 것도 많았지만 내부 사정으로 당일까지 변수가 발생했다.

기획하고 준비하는 시간 내내 사람들과 웃고 농담을 나눠도 혼자일 때면 속으로 많이 울었다.

잘하고 싶다는 마음만큼 강력한 긴장과 전투력이 나를 휘감았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더 강해졌다. 세트처럼 나를 따라오는 모순은 버릴 수도 그렇다고 마냥 반갑지도 않은 묘한 구석이 있었다.

그렇기에 남몰래 자주 울고, 또 웃었다.

행사를 진행하는 내내 마음으로 기도했다.

이곳에 온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시간이 되기를, 우리의 공조에 실수가 없기를.  

두 달간의 장거리를 무사히 마치고 난 나는 여느 때처럼 깊은 잠에 빠졌다.   

늦은 일요일 아침 커피 한 잔과 함께 회사 시스템에 접속해 몇 가지를 처리하고는 브런치를 찾았다.

딱히 사유 없이도 이곳이 늘 그리웠다.  

생각해 보면 브런치를 처음 시작한 무렵도 작년 이맘때였다.  

우연히 시작한 브런치에서 첫 글을 쓰던 날 새벽 내 몸에는 연신 전기가 흘렀다.  

늦은 시각이었음에도 글을 쓰는 내내 정신은 깨어갔다.

당시 나는 모든 감각을 열어두고 봄을 기다리고 있었다.

글을 쓰며 봄을 먼저 끌어안은 것도 나였는데, 내 안에서 이미 봄이 번지고 있었다.

그로부터 일 년 후 오늘, 거실 창으로 밀려오는 햇살에 마음이 평화롭다.

참으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여유에 봄이 아니 온 게 아니라 내가 못 알아보았단 사실을 깨닫는다.

아직 우리에게 시간이 남아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함께.


새삼 모든 게 그러하듯 모두가 마음의 문제다. 지나고 보면 공평히도 간단한 이치의 세상.

마음의 빗장 없이 오늘의 봄이 스며들고, 이 순간 더 바랄 것이 없다.  

행복은 그렇듯 너무도 가깝고 쉬운 것이었다.


★ 오늘의 추천 BGM 

B.E.D의 앨범 중 가장 사랑하는 곡 중 하나인 Addiction

*대문 사진 출처: Pexel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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