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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운 Apr 18. 2023

슬픈 꿈들을 씻으며

문득, 오늘 #6. 꿈이라 감사한 꿈

종종 실제보다 더 선명해 무서운 꿈들이 있다.

그런 꿈들은 깨고 나서도 쉽사리 진정이 되지 않아 아침부터 찾게 된다.

빛을 확인하고서야 비로소 꿈이었음을 인정한다.    

간밤 복잡했던 생각 탓일까.

어젯밤은 주변의 존재들이 망가지고 사라지는 꿈을 꿨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사건들에 꿈속의 나는 울부짖고 소리치고 절망했다.

모두 내겐 내 자신보다 더 소중한 것들이었다.

알람 소리에 눈을 뜨고도 힘이 들어간 몸은 긴장이 풀리지 않았다.    

먼저 꿈이라는 사실에 안도하고 감사했다.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일련의 꿈 중에는 우리 민지도 있었다.

출장에서 돌아오니 민지가 보이지 않았다. 엄마에게 물어보니 입원한 지 일주일이 되었다고 했다.

꿈속에 민지는 희망이 없는 병에 걸렸다 했다.

나는 낯선 케이지에 혼자 있을 민지 생각에 어차피 떠날 거라면 데려와 함께 있겠다고 했다.

병원에 전화를 걸어 민지를 데려가겠다고 하니 실은 오늘 아침에 민지가 세상을 떠났다는 거다.

대체 무슨 일이냐며, 어떻게 연락도 없을 수 있냐고 수화기를 붙들고 울부짖다가 마지막 잠에서 깼다.

꿈이었지만 민지가 이 세상에 없단 사실만은 그대로였다.   

꿈이라 다행이고, 꿈이었대도 변하지 않을 것들에 허망하고 슬펐다.

평소 같으면 노래와 함께 했을 출근길을 오늘은 음악 대신 묵주기도와 함께했다.

생각하면 다시 슬퍼지는 꿈들을 깨끗이 씻으려 부지런히 아침에 집중하고, 사람들과 더 많이 웃으며 일상을 지켜간다.

어제의 고민은 함께한대도 적어도 오늘밤은 즐거운 꿈을 꾸고 싶다.

나의 소중한 이들이 행복한 꿈이기를 힘주어 바라본다.


※  대문 사진 출처: Pexels.com


☆ 오늘의 추천 BGM

URBS - Ever Golden (출처: Compost Records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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