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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운 Apr 24. 2023

진리는 숨길 수 없어

이미 사랑하고 있으니까, 봄(春)!

시간이 증명한 진리를 거듭 확인하며 살아간다.

우리의 어른들이 지나간 자리를 따라 걷듯 옛말을, 속담을 따르는 마음과 같다.

모든 게 내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것 역시 잘 알지만 쉽게 놓치는 진리 중 하나다.

시간상 한 달이나 더 남아있지만 체감상 봄이 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올해는 결국 봄을 온전히 마음에 들이지 못한 채 여름을 맞이할 것 같다.

여유 없는 일상도 일상이지만, 번아웃에 대한 회복이 전보다 더딘 연유도 크다.

나다운 봄의 미련은 재회를 손꼽아 기다리던 벗을 마음껏 환영하지 못한 마음 같다.   

그럼에도 종종 미세먼지가 걷힌 파란 하늘과 곳곳 만개한 꽃들에 행복의 디테일은 많다.

지금 창밖의 봄 역시 그러하다. 보는 내게 간지러운 평안을 준다. 햇살 가운데 행복을 흡수하듯 눈을 감고 봄을 반긴다. 더 바랄 게 없는 밀도의 행복이다.

지인이 찾아간 숲, 바다 사진을 보며 봄이 완연한 장소에 머무는 감정도 빌려본다. 손에 잡힐 듯 봄 내음이 나는 것만 같다.

어릴 적 겨울의 후각을 기다렸다면, 조금 더 자랐을 무렵부터 나는 봄을 몹시 좋아했다.

계절이 내게 보내는 신호처럼 모든 계절을 냄새로 먼저 알아차리고, 감각이 동하는 설렘의 순간들이 좋았다. 모든 설렘 중에서도 봄은 유독 내게 위대했다.

첫눈, 크리스마스 없이도 그저 좋아서 봄을 타는 겨울아이, 그게 나였다.

봄이 물든 일상은 잘못 그린 그림도 마법의 손길로 명작이 되는 만병통치였으니까.   

봄이 오고, 봄이 가고, 또다시 너를 기다리는 시간도 즐거웠다.

꽃들이 저문 자리로 신록 가득한 여름이 물들겠지만, 이 순간 이렇듯 아름다운 꽃들을 보며 닿을 듯 말 듯 일렁이는 파도처럼 봄이 일상에서 일렁인다.

봄이 주는 평안이 오늘의 일상을 응원하고, 잠시 놓쳤던 진리를 주워 담는다.

혹여 또 놓친대도 사랑하는 마음은 숨길 수 없다.

굳이 나의 마음에 연결하지 않아도 오늘의 봄은 내게 충분한 힘이 된다.

또 하나의 진리.

이미 나는 너를 사랑하고 있으니까
 

#대문 이미지 출처: Pexel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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