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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운 Apr 26. 2023

시간의 동그라미

소설은 부를 때 윤이 나

한 해를 수기의 달력과 함께 시작한다.

공적인 일들을 모바일이나 아웃룩에 주로 저장하다 보니 손을 사용하는 달력은 그 맛이 다르다.

기기에 입력할 땐 왠지 모르게 사무적이라면, 종이에 담는 순간은 의미의 기록이 된다.

기억에 담기는 그날의 가치가 더 살아나는 기분이다.

잊지 않으려 또박또박 남긴 글자 위로 유색의 동그라미와 별표도 그려 색칠한다.


오늘은 탁상 달력을 확인하다 곳곳에 정착해있는 기념일들을 문득 발견한다. 국가나 단체에서 지정한 기념일들이 기본으로 인쇄가 되어있다.

무언가 기억하고픈 ‘숲’의 날, ‘바다’의 날, ‘푸른 하늘’의 날을 비롯해 환경 분야로 묶인 기념일로는 생물 다양성의 날, 사막화 방지의 날부터 채식인의 날,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까지 있다.

국군의 날이나 의병의 날, 순국선열의 날처럼 주인공들을 기리고 기념해야 할 날들 외에도 자연과 분야 별 활동을 둘러싼 참으로 많은 날들이 있었다.

내게는 낯설어도 누군가에는 손꼽아 기다리는 기록일 것이다.


반면, 절기 중 뜻도 소리도 고운 ‘소설’은 11월 22일이다. 첫눈이 내리고, 얼음이 얼기 시작하는 절기로 ‘소설’은 마치 소녀의 이름을 부르듯 해사한 어감을 지녔다. 윤이 나는 그 어감 때문에라도 그 날이 오면 공유하고 싶어진다.

오늘은 소설이에요

라고. 혹은 누군가 내게 오늘은 소설이라 말해주길 바라본다.

귀에 익은 입춘, 동지처럼 소설 역시 친근하게 불리길 응원해오고 있다.

이미지 출처: Pexels.com

새해 달력을 펼치고, 꼬박 열두 달을 챙겨가는 이른 시작이 설렘이듯 나, 당신 또 우리로 채워진 시간의 동그라미를 따라 문득 그리고 그보다 자주 설레는 까닭이다.

그 설렘 안에는
기다리는 마음과 우리의 궤적이
흐르고 있으므로



#대문 이미지 출처: Pexel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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