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문득 오늘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운 Jun 07. 2023

경계 없는 힘

문득, 오늘 #9. 세상의 지속을 응원하며

내가 좋아하는 '지속'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그것은 지키기 어렵지만 모든 면에서 아름답게 건강하다.

고백한 바 있지만 무척 동경해도 곧잘 끊어지는 나의 지속은 원점으로 돌아가기 바빴다.

내 지속의 기준은 삼십 일로 중간에 끊기는 날이면 다시 시작이다.

하루 삼십 초 플랭크와 팔굽혀펴기 열 번이 그렇고, 하루 세 줄 일기, 산책이 그렇다.

다시 시작된 플랭크와 팔굽혀펴기가 한 달을 채웠고, 작은 성공에 자축과 자찬 중이다.

플랭크의 경우, 다리를 올리던 방식에서 팔뻗기로 자세를 바꾸었는데, 방식의 변형에도 딱히 이유는 없다. 대체로 엉성하고 근본도 없다.

그럼에도 모래성처럼 무너지던 1차 관문을 통과했으니 이 지속이 지속될 거란 희망도 생긴다.


타인의 지속 역시 변함없이 응원 중이다.

날이 풀리면서 다리를 건너는 여성 워커를 다시 만나고 있다. 정확히는 보고 있다.

강변북로에서 원효대교로 진입할 즈음 파워 워킹의 그녀가 어김없이 다리를 건너오고 있다.

퇴근 시간이 일정할 때면 으레 마주치는 워커다.

시간과 매무새로 말미암아 그녀 역시 퇴근길이리라 짐작한다.  

이십 대로 보이는 포니테일의 그녀는 화장기 없는 피부와 백팩, 담백한 차림으로 그 시각 늘 다리를 건넌다.

한동안 보이지 않던 그녀의 워킹이 다시 시작되었고, 지속과 닮음은 여러모로 그녀를 반갑게 했다.

지인의 얼굴을 닮은 그녀의 목소리 역시 지인의 음성이 날 것만 같았다.

그녀에게 작은 변화가 있다면, 봄이 되면서 머리 모양이 단발로 가벼워졌다는 점이다.

앳된 느낌을 풍기는 그녀의 파워 워킹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세상의 모든 지속을 응원하며, 나 역시 한밤의 플랭크를 이어간다.

내게 있어
지속이 만드는 경계 없는 힘은
타인이라는 거리마저
무색하게 만드는 것이기도 했다
 


#대문 이미지 출처: Pexels.com


☆오늘의 추천 BGM

HEE KYUNG NA - ACASO (With IVAN LINS) (*출처: 나희경 Youtube)





   

매거진의 이전글 시간의 동그라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