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오늘 #3. 나의 글쓰기
학창 시절 우리 집 전화기는 자주 울렸다.
나를 찾는 전화 대부분은 친구의 고민 상담이었다.
이후 나의 설루션이 도움이 되었는가는 확인하지 않았다. 자발적으로 애프터서비스를 챙길 만큼 세련된 조언자는 아니었나 보다.
친구와의 만남에서도 나는 말하기보다는 듣기에 더 강한 사람이었다. 여럿이 모이는 자리에서 또는 둘이 만나는 자리에서도 주로 나는 말하기보다는 듣기를 즐겼다.
그러다보니 쉼 없는 이야기에 기가 빨려 어지러운 날도 종종 있었다.
모든 만남에 적당한 양과 길이가 필요했다.
반면, 혼자 있을 때 내 안은 언젠가 터질 것처럼 뜨거웠다. 마치 기분 좋은 용기와 열정이 자라는 것처럼.
그렇다고 그것을 굳이 설명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서로를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의미를 해석할 수 있는 건
누구나 자기 자신뿐이다. by 헤르만헤세
내게 가까워지는 시간을 글로 풀거나 노래하거나 춤을 추었다. 그 시간을 좋아했다.
지금도 글쓰기는 물을 주듯 나를 살피며 알아가는 마음들인데, 그 마음은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들을 언어로 심을 때 살아난다.
나는 가급적 나의 글이 쉽고 최대한 담백하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
얼굴보다 마음이 예쁜 글이기를 바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이 마음의 속도를 앞서가는 날은 마치 취권처럼 써 내려가게 되는데, 종국에는 덜 씻겨나간 비눗물처럼 미끄러움이 글에 남아 얼굴이 붉어지는 날도 더러 있었다.
때론 나의 이야기를 담으며 솔직함에 옷을 덜 입고 있단 느낌을 받거나 급소를 정통한 듯 너무 많은 말을 한 것이 두려운 날도 있다.
글 속에 어느 정도 숨어있고 싶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사랑하고 반복하니 나의 숨기는 여전히 실패다. 마음을, 나를 숨기지 못한다.
그런 게 글이고, 사랑이라…
지금도 사랑하고 있어서.
#오늘의 추천 BGM
*이미지 출처: pexel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