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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운 May 30. 2023

미지수의 어른  

[영화 #9.] <우리는 모두 어른이 될 수 없었다]

영화 <우리는 모두 어른이 될 수 없었다>.

낙망체의 제목을 닮은 그들의 인생에 고구마를 삼킨 것 같았다.   

간간이 웃음도 났지만, 마음은 가벼워지지 않았다. 아프고, 좀 더 건조해졌다.

그럼에도 끌리는 기분으로 세 번을 돌려 보며 생각했다.

어른이 된다는 건 누구의 인정일까.

당도한 미래에 자신하던 꿈은 기다리지 않는 현실과 마주한다거나 넘치던 자신감이 자괴감으로 변하는 오늘을 만나는 것.

우리는 그들이 실패라고 말할 수 있을까.   

꿈꾸던 인생을 살지 않는 현재의 우리가 어른이 아니라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었다.


어른이 되기 싫은 첫사랑(카오리)과 어른이 되는 방법을 모른 채 어른이 되어 버린 남자 사토.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며, 평범한 건 좋은 거라고 말하는 여자 수.

보통의 삶을 꿈꾸던 수가 반대의 현실로 증발해 버리고, 평범을 거부하던 카오리는 결혼해 엄마가 되어버렸다.  


영화는 말하는 듯하다.

오늘의 어른을 꿈꾸진 않았지만 지금을 부정하진 않는다고. 갖지 못한 꿈 대신 그 시절을 기억하고, 지금을 수용하는 것이 삶이라고.

그것은 보통의 삶이자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들을 어른으로 인정하지 않는대도 그들의 인생은 시시하지도 틀리지도 않았다.

그들은 선택에 책임을 지고 있었다.


보는 내내 현실적이라 울렁거리고, 또 현실을 놓친 듯 울렁거렸다.

다시 본다면 마음에 너울이 일 듯해 세 번으로 그치며 생각했다.

어쩌면 우리는 어른이라는 자격 대신 꾸준히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라고 말이다.

어른은 하는 것이 아니라 되어가는 것이라고.


어른의 얼굴을 하고, 끝없이 선택하며 어른이 되어간다.  

미지수의 삶을 분명히 살아가는 책임의 여정.

달콤하진 않아도 끝나지 않을 사토의 여정을 말없이 응원해 보았다.


<붙임>

#1. 사토 역의 '모리야마 미라이'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의 소년 배우다.

#2. 짧지만 깊은 인상을 남긴 '수' 역할의 배우(사토 스미레)는 연기파 배우 아사노 타다노부의 딸이다.


*메인 이미지 출처: Pexels.com


★ 오늘의 추천 BGM

쓸쓸하고 따뜻한 MOT의 날개. 영화를 보는 내내 아름답고 슬픈 이 곡이 생각났다


우린 떨어질 것을 알면서도 더 높은 곳으로만 날았지

처음 보는 세상은 너무 아름답고 슬펐지.

우린 부서질 것을 알면서도 더 높은 곳으로만 날았지

함께 보낸 날들은 너무 행복해서 슬펐지.

우린 차가운 바람에 아픈 날개를 서로 숨기고 약속도 다짐도 없이 시간이 멈추기만 바랬어


우린 부서질 것을 알면서도 더 높은 곳으로만 날았지

함께 보낸 날들은 너무 행복해서 슬펐지.

우린 서툰 날갯짓에 지친 어깨를 서로 기대고 깨지 않는 꿈 속에서 영원히 꿈꾸기만 바랬어.

우린 떨어질 것을 알면서도 더 높은 곳으로만 날았지

처음 보는 세상은 너무 아름답고 슬펐지.

MOT의 날개 (출처: MOT-주제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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