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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운 Sep 25. 2023

패기의 함량

거리의 지속을 응원하며 

우리는 대개 불안정한 미래가 주는 불편과 불안에 지기 쉽다.

대중적이지 못한 세계가 가져오는 불리를 견딜 확신 역시 왕도가 없다.

내 사랑도 그러했다.

사랑은 오래되었어도 춤에 대한 내 패기의 함량은 주위의 기대와 안정을 이기기엔 미달이었다.

나의 취미는 그렇게 좋아하는 것으로 끝이 났다.

대신 반대의 용기를 가진 이들의 패기를 응원하고 동경해 왔다.

안전보다 좋아하는 것을 지키며 지속을 실현하는 이들에게 갖는 일종의 존경의 마음이었다.

요즘 그 마음을 <스우파 2>라는 프로그램으로 반짝이고 있다.  

<스트릿우먼파이터>는 춤의 각 장르에서 내로라하는 댄서들이 모여 경합을 벌이는 프로그램이다.  

시즌 1의 유명세를 익히 들어왔지만 꼼꼼히 챙겨보는 건 이번이 처음으로 응원하는 크루도 생겼다.

자신이 사랑하는 스트리트를 오래 지켜 온 이들의 용기와 지속을 응원하고 있다.


사실 춤에 대한 내 사랑은 흥을 따라 추는 근본 없는 그루브에서 시작했다.

방에서 음악을 틀고 좋아하는 춤을 추곤 했다.

무수한 흥이 때를 가리게 된 건 내가 춤을 춘다는 걸 우리 가족이 모두 알고 있단 사실을 내가 알게 된 시점부터였다. 그건 참을 수 없을 만큼 민망한 현실이기도 했다.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2층으로 방을 옮긴 나는 좀 더 독립된 공간에서 보다 과감하게 흥을 즐겼다.  

툭하면 춤을 추었는데, 어느 날 뒤통수가 직감적으로 뜨겁던 내가 고개를 돌린 발코니 방향으로 나란히 서서 미소를 띠고 있는 우리 가족이 보였다.

내 방은 2층 옥상과 통해 있었는데, 안창을 닫지 않으면 발코니에서 방이 보인단 사실을 간과한 것이었다.  

내가 방문을 잠그고 춤을 추다 거실로 내려왔을 때, 가족들이 일제히 미소를 띠고 있던 이유를 알게 된 그날부터 나는 가급적 혼자 있는 시간에 춤을 즐겼다.


이렇듯 나의 춤이 일상의 놀이였다면, 업의 춤을 추는 이들에게 <스우파> 같은 프로그램은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는 듯하다.  

춤이라는 장르, 댄서라는 직업이 대중화되는 데에 콘텐츠의 기획력이 한몫했다면, 여기에 백미는 댄서들 아닐까. 한 치의 양보는 없되 결과에 있어 상대의 승리에 인정과 격려의 박수를 보내주는 정신이 만들어가는 앞으로의 이야기가 기대된다.   

더불어 분야를 불문하고, 거리의 숨은 보석들이 반짝이는 프로그램이 많아지길.

그래서 소신을 갖고 자신의 길을 가는 이들이 자신의 확신에 더 용감해지고 행복을 얻길 마음의 응원을 보내본다.

  

 ☆오늘의 추천 BGM

X by Welshly Arms (출처: Welshly Arms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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