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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운 Oct 11. 2023

숲의 정서

대지와의 하이파이브

지구에 가까이 닿는다는 뜻의 어싱(Earthing).

이보다 더 적확한 표현은 없을 것만 같다.    

맨발로 땅을 딛는 순간 곱고 차가운 촉감에 각성하듯 몸이 먼저 반응했다.  

흙과 나무, 바람 냄새와 물소리, 새소리가 공감각적으로 어우러져 숲의 생기도 배가되었다.

이대로라면 한없이 걸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영화 <아바타>의 교감처럼 자연과 연결된 나는 대지의 일부가 된 기분으로 한 발 한 발 땅과 하이파이브를 이어갔다. 발바닥을 타고 오르는 정기에 깨끗한 마음이 들었다.


자연 가까이에서 깨어난다는 생각을 한 지는 오래되었다.

물론 나의 궤도와 일상은 이러한 이상과는 거리가 멀지만 말이다.

나이가 들수록 자연을 대하는 마음도 커져갔다.

여행을 제외하곤 시골에 대한 추억과 정서가 전무한 내게 이것은 무릇 향수는 아닐 거였다.

그저 현실의 먼 거리에서 꿈꾸는 팬심 가득한 동경일지도.

하지만 자연에 대한 반응은 매우 정직하여 그건 몸의 즉각적인 변화로 알 수 있었다.

어릴 적 명절이면 시골이라 부르는 곳을 찾아가는 이들의 향수가 부럽고 궁금했다.

푸근한 할머니의 정이 기다릴 것이고, 덤으로 내가 상상하는 정경도 심겨 있었기 때문이다.

냇가에서 가재를 잡거나 숲을 뛰노는, 혹은 바다에서 조개를 줍는 등의 유희.

그것은 어린 나에게 완벽히 근사한 놀이었다.

그러한 시골이 내게 없어도 자연에 다가가는 여행은 일상의 충분한 대체재가 되어주고 있다.

그리워할 거리를 두고 있기에 만남을 더 손꼽아 기다리는 걸지도 모르고 말이다.


일상에서도 그 숲을 기억한다.

자체로 공감각적인 시간은 기억 안에서도 깊고 풍요롭다.     

숲이 나를 품어주는지 내가 숲에 안긴 것인 지 그저 평화롭다.

그 날 만난 나무의 글귀처럼 숲의 품으로 들어가는 모든 걸음마다 나는 우리의 시절에 도착하고 있었다.

전나무숲길을 걸으며 풍경을 눈에 담다 PHOTO BY 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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