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 우리기] #17. 시 <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멈춰 서서>
곱고도 단단한 시를 읽으며 하루를 정리한다.
로버트 프로스트 하면 '가지 않은 길'이 떠오르나, 내 경우 <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멈춰 서서>에 진한 애착을 갖고 있다. 보면 볼수록 차분하고 다정한 기분이 든다.
시 속에 살고 있는 화자는 삶에 성실하고 헌신적인 사람이다.
오늘을 재지 않고 하나의 소명처럼 지키며 살아가는 그의 마음은 부자이다.
그 점 역시 마음에 든다.
여전히 나는 요란하지 않게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그들의 선한 이야기를 보고 배우고 싶다.
반갑지 않은 변수에도 불평이나 긴 동요 대신 마음을 잡고 계속 길을 가고 싶다.
세상에 흔들리는 것보다 내 자신에 흔들리는 내가 더 부끄럽기 때문이다.
그건 왠지 나 같지 않다.
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멈춰 서서
이곳이 누구의 숲인지 나는 알 것 같다.
그의 집은 마을에 있어
눈 덮인 그의 숲을 보느라
내가 여기에 멈춰 서 있다는 걸 그는 모르리라
내 작은 말은
한 해 중 가장 어두운 저녁,
숲과 꽁꽁 얼어붙은 호수 사이
근처에 농가 하나 보이지 않는 곳에
멈춰 서 있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리라.
뭔가 잘못된 것 아니냐는 듯
나의 말이 방울을 흔들어댄다.
들리는 건 부드러운 바람과
솜처럼 흩날리는 눈송이 뿐.
숲은 깊고 어둡고 아름다운데,
내게는 지켜야 할 약속이 있다.
잠들기 전에 가야 할 먼 길이 있다.
잠들기 전에 가야 할 먼 길이 있다.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는 예술가를 세상과 사랑싸움을 하는 이라 표현했다.
'사랑싸움이라니' 그 얼마나 솔직하고 아름다운 표현인지, 반하게 된다.
내 마음 같지 않은 세상을 만나더라도 이 또한 지나가리란 기대가 믿음처럼 있다.
다시 원복될 세상과 나 사이의 촘촘한 마음.
알고보니 '우린 이미 늘 행복했다'와 같은 믿음일 지도.
*대문 이미지 출처: Pexel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