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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운 Dec 19. 2022

끝을 보며 지금을 사랑

[문장 우리기] #16. 책 <숲 속의 자본주의자>

작가는 나 자신을 진짜 찾고 싶은 사람은 나 자신에게서 떠나봐야 한다 말한다.

그녀 역시 달지만은 않은 변화의 여정으로 진짜 자신을 찾았다.

그러자 그녀의 삶이 몸에 맞는 옷처럼 그녀에게 돌아왔다.

나를 찾아가는 여정인 <숲 속의 자본주의자>는 그렇게 태어났다.


나는 그것이 ‘몰입'이자 '용기'였다 생각한다.

믿고 있는 나를 향한 몰입, 불안과 두려움을 이긴 용기. 별개인 듯 알고 보면 둘은 하나다.

그 덕분에 그녀는 느슨하지만 흔들리지 않는 진짜 자신의 삶을 얻었다.


이 변화의 동기부여에는 소로의 <월든>이 있는데, 작가 소로가 자연 속에서 자급자족의 삶을 누리는 경험을 담은 에세이다.

박혜윤 작가의 월든인 '숲 속'은 자연이 주는 지혜를 온전히 받아 감사히 여기는 안분지족의 터전이다.  

숲 속의 자본주의 역시 세상의 그것과는 본질이 다르다.

생산을 통해 삶을 영위하는 구조는 같지만 방식이나 생각은 타자가 아닌 나를 향해 있다.

돈, 세상의 시선에 연연하지 않고 내가 행복하면 그만인 세계다.

온전히 나를 알고 집중하니 비교할 게 없는 삶에서 조금 느려도 더 부지런해야 하는 삶을 산다.  


작가는 과거의 삶에서 '행동중독'에 가까웠던 '커피, 술, 인터넷'에 자유로워지면서 비로소 그들 다운 무언가를 가지게 되었다고 말한다. 여기에서 행동중독은 루틴에 가깝도록 연결된 무의식적인 중독을 말한다.

사실 그들 부부가 술을 소비하는 방식은 알코올 자체에 대한 맹목적 의존이라기보다 하루를 구성하는 리추얼에 가까웠다. 업의 특성상 밤이 될 때까지 최선과 완벽을 추구하는 낮 시간에 대한 보상이자 긴장을 풀기 위해 치르는 의식이었던 셈이다.

그러한 행동중독의 대상들을 삶에서 도려내는 변화는 상실이 아니라 또 다른 변화에 대한 자신감으로 돌아왔다. 그들은 이미 그 중 하나를 해냈고, 그 하나가 없이도 잘 살 수 있음을 스스로 증명했기 때문이다.

결국 그들에게 '변화'는 그간의 자신을 부정하는 게 아니었다.

뭔가에 의존하는 느낌이 사라지면서 외려 삶의 자신감이 충만해지는 일이었다. 동시에 덤으로 가벼워지는 행운이기도 했다.

 

이제 우리의 일상은
인내하며 생산하는 것과
소비하는 즐거움으로 나뉘지 않는다.
생산을 하면서 즐거울 수 있는 일을 한다.


작가가 행복하게 일하고 살아가는 방식이다.

그녀는 오늘 음식을 먹고, 그것이 내가 아닌 무언가와 연결되는 일임을 가장 열심히 인식할 때, 비로소 살아 있음을 느낀다고 했다.

최대한 단순하되 후회하지 않을 만큼의 시간을 충분히 만끽하며 사는 것.

변화가 필요 없게 될 때 비로소 변화가 제 발로 찾아온다는 그녀의 믿음을 지키는 삶이다.


그런 그에게 타자의 삶과의 비교 역시 우위를 가르기 위함이 아니라 내가 현재 가진 것의 풍부한 의미를 되살리기 위한 것이다. 돈 역시 마찬가지다.

선택이 오로지 하나를 택하는 것이지만 선택받지 못해 자연히 버려진 무한히 많은 것들은 우리가 가지 않은 길처럼 새로운 가능성으로 재생된다.

작가는 숲 속의 삶을 택함으로써 아직 가지 않은 길들을 만나고 누리고 있다.

이 역시 최대한 자연스럽고 가볍다.


물 흐르는 대로 오늘의 나에 몰입하며 사는 삶.

나는 그런 ‘몰입'을 사랑했고, 그것이 '오늘의 나'라는 것이 더 마음에 들었다.

어제와 내일을 응시하다 오늘을 놓친다면, 내가 만날 내일은 후회의 연속일 테니 말이다.


인생은 그저 사는 것이지
‘잘' 살아야 하는 숙제가 아니다.
아무도 '잘' 살 수가 없다


인간은 순간을 살 수밖에 없지만, 동시에 끝을 상상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라 했다.

그래서 괴롭기도 하지만, 그렇기에 삶의 충만함을 이해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는 작가의 말처럼 작가는 끝의 아름다움을 그렇게 이해하고, 지금을 사랑하고 있었다.

비중심에서 중심을 찾은 그녀 다운 시선과 자세로.


#책 속의 문장 채집

넘쳐나는 지식 사이에서 내가 정말 궁금해서, 알면 내게 기쁨을 주는 것만 파고든다. 그렇게 나의 욕망을 소중하게 탐구하다 보면 나와 다른 욕망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점점 너그러워지는 나를 발견한다. P86


젊음에게 배우는 것이다. 젊은이가 무슨 가르침을 주는 것이 아니라 젊음 자체가 가진 무수한 가능성 앞에 나 자신을 활짝 열어놓으라는 뜻이다. P107


고전이라는 이름이 나의 읽기와 쓰기를 제한할 수 없듯이, 말 한마디, 일상의 행동 하나도 나의 생각과 나의 선택의 표현이다. 이렇게 표현된 것은 글이든 그림이든 음식이든 세상 전체를 바꾸는 의미가 된다. 우리가 그런 과정을 통해 존재했던 것처럼. P205


상대방의 말을 듣기 위해서 마치 영원의 시간을 함께하는 것처럼 나의 조급한 시간표를 온전히 잊을 때 비로소 타인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다. P220


내가 가진 건 자존감이 아니라 적극적인 탐구 끝에 얻은 나에 대한 이해다. 언제, 어떤 사람들과 함께 행복한지, 무엇이 나를 채워주는지, 어떤 거리감이 좋은지, 나를 아는 만큼 다른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것을 쫓아다니지 않을 수 있다. P257


진화의 핵심에는 돌연변이가 있다. 어떤 일정한 계획과 방향을 두고 일사불란하고 체계적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생존에 도움이 되지 않거나 방해되는 무수한 시도들이 폐기 처분되는 과정 중 소수의 몇 가지가 살아남아 의미가 된다. 그래서 의미는 돌아봐서 정한다. P260


나 자신도 납득할 수 없지만, 그냥 끌리는 것이 있다. 나의 계산으로는 불가능하고, 심지어 나의 취향에도 맞지 않고, 앞으로 나에게 쓸모 있을 것 같지 않은 그런 일이나 주제들에 참을 수 없는 끌림을 느낄 때, 나는 항복한다. 일단 행동으로 옮긴다. (중략) 이런 항복의 습관을 들이면, 나 자신의 깊은 욕구에 충실하게 반응하는 습관이 든다. 이렇게 살다 보면 삶이 어떻게 풀리든 간에 남이나 사회를 탓하지 않게 된다. 그리고 인생의 매 순간이 풍요롭게 즐겁다. P261


이렇게 나의 욕구가 이끄는 한에서 임계점까지 갔다가 그 쾌락이 끝나는 지점에서 나는 미련 없이 그만둔다. 그러다 보면 나의 경험들은 대부분 온전히 나다운 것으로 채워진다. 나의 욕구와 욕망의 방향과 강도를 확인하는 과정을 지나온 것이니까. P271

 

내가 가진 건 자존감이 아니라
적극적인 탐구 끝에 얻은 나에 대한 이해다.
언제, 어떤 사람들과 함께 행복한지,
무엇이 나를 채워주는지,
어떤 거리감이 좋은지, 나를 아는 만큼
다른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것을 쫓아다니지 않을 수 있다.


*이미지 출처: Pixabay


★오늘의 추천 BGM

맵싸한 겨울 공기와 어울리는 곡. 함께 듣고 싶은 좋아하는 곡을 추천한다

My Mistakes Were Made For You by The Last Shadow Puppets (출처: Domino Recording Co.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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