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보여요
길 위의 차들에게도 표정이 있다.
운전자의 마음을 닮았을 뒷모습에 나 역시 많은 감정을 만나고 느낀다.
말 없이 마주하는 수많은 상황에 마음을 본다.
나의 경우, 앞으로 진입하려는 차에 대체로 자리를 내어주는 편이다.
그들 중 일부는 방향지시등과 비상등으로 양해와 인사를 전하지만, 일부는 위협적이거나 무례하다.
때로 무례를 뛰어넘은 무리에 아찔한 순간이면 홀로 입을 더럽히곤 애써 전하지 않은 감정을 쓸어 낸다.
할 말은 많지만 우리가 저마다 말을 하기 시작한다면, 도로의 갈등은 분주히 이어질 것이다.
그럴 때면 생각한다. 빛뿐인 도로가 다행이라고.
길 위에서 만나는 무례 이상으로 무한의 감사와 기쁨도 많다.
방향지시등을 켜고 들어오는 차들의 매너에 배려를 맛보고, 비상등으로 고마움을 남기는 디테일에 길 위의 온정을 만난다.
그것이 결코 작다고 생각지 않기에 찰나의 나 역시 "저도 감사해요"라며 고갯짓의 인사를 하게 된다.
보이지 않는 앞 운전자의 따스한 표정을 마주한다.
가끔은 차의 앞뒤 범퍼에 미니 전광판이 있다면, '고마워요', '괜찮아요' 같은 긍정의 키워드들을 켜는 상상도 한다.
그럼에도 결국 길 위의 우리가 가진 것이 빛뿐이라 다행이라 생각한다.
시비에 붙일 수천수백의 말이 없는 것이, 필터 없이도 안전한 마음의 말을 담은 깜박임이 있어 다행이라고 말이다.
그것이면 족하다고,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면 된다고 말이다.
#P.S
준비 중인 작은 시험과 바쁜 일상으로 글을 올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역시 저의 게으름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요. 저의 글을 기다려주시고 찾아주시는 고마운 분들께 죄송한 마음을 담아 작은 변명과 함께 나누고픈 추천곡을 더해봅니다.
※대문 이미지 출처: Pexel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