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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운 Sep 04. 2024

그들의 해후를 바라며

애타는 시간

그녀를 기억하게 한 전부는 부모의 애타는 시간이자 아버지였다.

기적을 가져오진 않았지만 부성의 현수막이 지키는 세상은 적어도 그녀가 지워지지 않게 아버지를 도왔다.

현수막이 걸린 자리를 지날 때마다 나의 마음 역시 작은 희망을 걸었다.

아버지의 현수막은 굳은 믿음인 동시에 복귀할 수 없는 일상이라는 잔인한 희망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방방곡곡 걸린 현수막이 아버지의 손에 내려지는 날을 함께 꿈꿨다.

수백 번 치렀을 그의 단장(斷腸)이 기적으로 아물길 바랐다.


지난주 아침 알람소리에 깬 나는 잠을 떨치려 검색창을 열었다.

메인 창의 헤드라인에서 그의 별세 기사를 보게 된 나는 시간이 얼어붙은 기분이 들었다.

명복을 빌었다. 이젠 정말 그녀가 떠났을지 모른다는 느낌이 들었다.

'반드시'라는 희망이 '어쩌면'이라는 가정을 이겨온 일상은 매일이 고통인 동시에 살아야 할 명분이었을 것이다.  

하늘에 그는 이제 편안해질까 생각하다 이내 고개가 저어졌다.


아버지가 지켜주던 거리에 수많은 현수막도 이제 우리를 떠나게 될지.   

그의 안식은 이 방법밖에 없으므로 열여덟 살의 딸과 고되었을 부모가 하늘에서 부디 만나게 되길 그녀에게 작별을 고한다. 간절히 그들의 해후를 바란다. 송혜희를 기억한다.  


우리의 별일 없는 하루를 기도한다.


※ 대문 이미지 출처 : Pexel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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