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구름처럼
밀도에 좌우되는 나의 피로는 촘촘한 오후에 취약하다.
그렇기에 오전 8시와 점심은 내가 아끼는 시간이 된다.
오롯이 고즈넉한 시간을 찾을 때 나의 선택은 간편식인데, 편의에 이로운 샐러드와 김밥이 구내식당에 준비되어 있다. 회의실에서의 해결에도 안성맞춤이다.
샐러드를 앞에 두고 친구와 단출하고도 친밀한 시간을 나누는 가운데 또 다른 일행과의 눈 맞춤도 즐긴다.
액자 모양의 창에 걸린 말간 얼굴의 하늘이 그 주인공이다.
번짐 없이 파란 바탕에 한 스쿠프의 구름이 담겨 있다.
얼마 전 제주에서 만난 하늘이기도 하다.
분명 같은 하늘인데 제주에서 만난 하늘은 마치 나의 마음처럼 다른 세상의 것이었다.
내가 딛고 선 바다가 하늘일지도 모르듯 캔디바 컬러의 바다가 하늘에 흐르고 있었다.
오늘의 하늘 역시 시선만 놓고 본다면 내가 제주에 있다는 상상마저 불러일으키는 것이었다.
며칠 전 퇴근길에 만난 하늘도 비슷했다.
사이드뷰미러 안으로 부지런히 따라오는 뭉게구름.
눈처럼 쌓인 구름을 싣고 함께 집으로 가는 기분이 들면서 제주 생각이 났다.
느려진 강변북로 한가운데 서둘러 하늘을 담고는 라디오를 켰다.
<세상의 모든 음악>이 송출하는 여러 여정의 세계가 멜로디를 따라 마음을 흔들기 시작했다.
하늘에, 구름에, 나의 행복이 눈을 맞추었다.
행복은 이토록 흔하다는 희망 사이로 나의 저녁도 도란도란 흘러가고 있었다 구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