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의 여운처럼
제 아무리 좋아하는 뮤지션이라도 마음이 가지 않는 곡들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롤러코스터>는 단점이 없는 연인처럼 유일의 예외에 속해왔다.
그들의 모든 곡을, 무엇보다 감각적인 멜로디를, 더불어 입말에 가까운 가사를 사랑해 왔다.
콘서트에 간다면, 모든 떼창에 동참이 가능할 밀도의 애착이었다.
더욱이 그들은 첫사랑과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이란 공통분모이기도 했다.
그들의 신보가 나왔다며 동네로 온 그의 차에서 우린 함께 앨범을 들었다.
<Last Scene>이 타이틀곡으로 담긴 앨범이었다.
음악에 집중하기 어려운 떨림만큼이나 멜로디 하나하나가 춤을 추듯 마음에 들어왔다.
최근 알고리즘 선곡을 따라 롤러코스터의 '내 손을 잡아줘'를 만난 나는 우연히 오랜 친구를 만난 기분에 젖었다.
그렇게 출퇴근길 며칠을 반복해 따라 부르던 어느 날, 한 구절의 가사를 재발견하게 되는데, ‘용서해 이런 얘기 더는 참지 않아’ 중 바로 '용서해'란 대목이었다.
- [어제의 이해] 너의 이런 이야기를 이제 더는 참지 않을 나를 용서해
- [오늘의 이해] 너의 용서해 달라는 뻔한 그 말, 이제 더는 나 참지 않아
문맥에 따라 화자도, 화자의 '용서해'도 다른 것이 된다. 다른 사람이 된다.
과거의 이해가 놓기 힘든 미련의 연인에게 구하는 체념과 자조 섞인 이해라면, 오늘의 이해는 잘못을 반복하며 용서를 구하던 굴레의 연인에게 날리는 일침과도 같은 경고였다.
그러나 그것이 어떤 '용서해'가 되었든 화자는 모순의 이 관계를 필요로 한다. 아프고 지치더라도 자신의 손을 놓지 않길 바란다. 다시 말해 상대를 용서하고 있다. 더 사랑하고 있다.
그리움의 여운 같은 가사를 붙잡고, 그들을 다시 그리워한다.
이제 더는 만날 수 없는 그들의 무대를, 신보를, 그들을 기다린다. 그리곤 가끔씩 그리고 꾸준히 상상한다.
어느 날 아침, 롤러코스터의 사진과 함께 등장한 헤드라인 한 줄.
"저희 앨범 냈어요. 서프라이즈~"
※ 대문 이미지 출처: Pexel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