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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문득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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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운 Nov 26. 2024

오늘의 우리

힘껏 꼬옥, 끌어 안다

출장 중인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다.

묵고 있는 호텔에서 누군가 뛰어내렸다고.

친구는 감기 약을 사서 돌아가는 길이었다.

찰나는 비껴갔지만 현장과 그 누군가가 친구 앞에 남아 있었다.

날이 선 바리케이드 너머로 미처 옮기지 못한 시신 백과 친구의 시선이 마주쳤다.

이야기를 듣는 나의 목덜미 세포가 당기듯 일제히 일어섰다.

많이 놀랐을 친구가 걱정이 되었고, 먼 거리의 나도 겁이 났다.


잠시 후 방에 도착한 친구가 다시 말을 걸어왔다.

무섭기보다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내가 느낀 두려움과는 다른 감정이 친구의 정신을 깨웠고, 나는 아차, 하는 마음과 생각에 잠겼다.

우리는 세상을 알아버렸고, 친구는 나보다 더 깊이 철이 들어 있었다.

아마도 친구는 두려움이 아닌 명복을 먼저 빌었으리라.


오늘 아침 회사에 도착한 나는 해당 지역과 호텔, 투신 등의 검색어를 검색창에 입력했다.

어떠한 기사도 찾아볼 수 없었다.  

어제의 사실을 영원히 모를 우리에게 어제는 그저 흘러간 익숙하고도 수 많은 매일의 하나일 뿐이었다.


오늘 회사 친구와 점심을 먹으며 친구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제는 꼬리를 물고 어른에서 인생으로, 최후에는 삶과 죽음으로 흘러갔다.

우리에게 죽음이 불편한 이유는 무엇일까 나누며 생각했다.   

우리를 살게 하는 것 또 반대로 버리게 하는 것 모두 같고도 다른 것이라고.  


어제의 친구 마음에 하나를 배우며 생각한다. 그리고 바라본다.

그것이 무엇일지라도 우리가 우리를 버리는 일은 부디 없기를.

삶과 죽음의 명분이 아닌 오늘의 우리가 곧 명분이자 이유임을 기억한다.

내가 가진 삶이 소중하고 감사해 소리가 나도록 더 힘껏 꼬옥, 끌어안는다.



*대문 사진 출처: Pexel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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