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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운 Apr 10. 2022

인생은 탱고처럼

[영화 #6.] <여인의 향기>처럼

<전기현의 씨네뮤직>은 소중히 생각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다.

영화와 음악 어느 하나 기욺없이 소중히 다뤄준다.

음악이 영화에 가려지지 않도록 구원해주는 느낌도 있다.  

드라이브 중에 바깥 풍경도 놓침이 없도록 사진으로 남겨주는 친절이랄까.

영화평론가이자 음악평론가인 전기현 아저씨의 시냇물 같은 목소리도 여운을 돋운다.  

영화와 영화 속 음악을 소개하는 <전기현의 씨네뮤직>

지난 시간은 '알 파치노' 특집 2부였다.

어김없이 <여인의 향기>가 등장했다.

<여인의 향기>에 대한 향수는 프랭크와 도나가 추는 탱고에 있다.

매혹적인 음악은 그들의 춤을 결코 잊을 수 없게 각인시킨다.    



사실 나는 탱고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다.

다만 직접 배워보고 싶다는 마음보다 보고 싶다는 마음이 조금 더 크다.

우리 사이에는 낯섦의 거리가 설렘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탱고에 대한 동경이 언제부터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지난 일기에서 엿볼 수 있을 뿐이다.

탱고를 들으면 피가 끓어오른 나의 전신이 뜨겁다.
그것은 천성적인 교감과도 같고
달리 말해 다시 태어날 것 같은 힘.
사랑을 하게 되면
탱고를 꼭 함께 추고 싶다, 추겠다.
심장의 불꽃이 꺼지지 않을 뜨겁도록 붉은 치마가 좋겠고
이성이 농락당하여도
폭풍 같은 감성은 조금도 손상시키지 않을 것
20060323 12:41 AM


내가 좋아하는 그림 중 노부부의 멋스러운 춤은 언젠가 꿈꿔보는 모습이기도 하다.

과하지도 부담스럽지도 않은 무드와 강도 모두 아름답고 좋다.


그리고 '탱고'하면 맨 먼저 연상되는 하나도 영화 '여인의 향기'다.

춤 이상으로 인상적인 <Por Una Cabeza>은 아르헨티나의 탱고 작곡가 카를로스 가르델이 쓴 곡으로 제목은 '말머리 하나 차이'란 뜻의 스페인어다. 연주는 더 탱고 프로젝트가 했다.

팽팽한 사랑싸움에서 물러서야 했던 남자의 심경을 담은 곡으로 음악은 강렬하고 처절하며 매혹적이다.

실수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도나에게 탱고를 청하는 프랭크
탱고는 실수할 게 없어요.
인생과는 달리 단순하죠.
탱고는 정말 멋진 거예요.
만약 실수를 하면 스텝이 엉키고
그게 바로 '탱고'죠

프랭크도 도나도 함께 추는 탱고 속에 편안하고 행복하다
Scent of a Woman | The Tango (출처: Universal Pictures Youtube)

인생과 사랑을 탱고로 비유한 프랭크의 표현이 진리처럼 느껴졌다.

달리 말하자면 '모든 인생은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와도 같게 들렸기 때문이다.


때로는 탱고처럼 살고 싶다.

살면서 종종 '안정'과 '꿈' 사이에서 갈등해왔다.

골치는 아파도 자연스러운 고민이라 생각한다.

택일의 과정에서 잃은 다른 하나에 갈증이 남을 뿐 각기 다른 형태의 행복은 분명 있었다.

탱고는 그중 '조건 없는 꿈'에 더 가깝다.

갖지 못하였다고 해서 나의 삶을 후회하지는 않기로 한다.

모든 인생은 사랑받을 자격이 있으므로...

대신 나에게 좀 더 집중하기로 한다.

인생이라는 축제에서 춤추고 싶다.

문득 전혜린의 글이 생각나는 밤이다.


정말 기적이다.
또다시 지순한 우리의 상봉은.
그가 이 세상에 있다는 것을 나는 축복한다.
나를 위해, 그를 위해.
릴케의 시집 제목처럼
'나에게 축제, 또 당신에게도 축제'다
춤추고 싶다         p256           
_ 1964.1.25 전혜린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중 '두 사람에게의 축제'
Liber tango (출처: Layers 레이어스 클래식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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