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전부가 아니었음을
나는 섬세하다가도 때로 과하게 무심하다.
관심이 없다면, 눈앞에서 윙크를 하고 지나가도 모를 일이다. 아마도 극과 극을 달리는 AB형 특유의 성향 때문이리라.
목련을 좋아한다면서 그간 내 눈이 얼마나 어두웠는지 진실과 만났다.
올봄은 얄궂어 꽃도 덩달아 늦고, 비 소식에 꽃들과 일찍 작별을 했다.
눈 돌리면 한 줌씩 봄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봄은 자체로도 좋지만, 꽃을 보는 기쁨이 큰 법인데, 내 욕심이 큰 걸 수도 있지만
올해는 마음이 다 채워지지 않는 게 사실이다.
다른 꽃들에 비해 덩치만 컸지 연하고 약한 목련은 비바람에 특히 취약하다.
목련이 날씨를 견디지 못하고 금세 지니 나는 심드렁했다가 다른 꽃들로 눈을 돌리고 있었다.
사실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듯 모든 꽃을 사랑한다.
그런데 얼마 전 다시 본 목련은 꽃이 진 자리로 파릇하고 순한 초록 잎들이 나 있었다.
목련이 질 때 나는 무얼 하고 있었나 생각하니 제대로 인사한 기억이 없다.
목련의 끝이 유독 처절하니 내가 외면한 거다.
얼굴만 보는 사람처럼 그저 웃고 있는 꽃망울만 사랑했었나 보다.
다시 본 목련은 장르를 바꾸고,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다.
목련에게 꽃이 전부가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나는 사과와 고백을 동시에 남긴다.
- 미안해... 난 너의 아름다움만 좋아했나 봐.
내 사랑은 진정한 것이 아니었어…
우리 사이에는 오랜 정도 있고, 함께 한 시간도 있으니 이해를 구해본다.
이제 목련에게 필요한 건 새로운 삶의 응원이다.
목련아,
네가 꽃이든 잎이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
너는 지속되고 있으니까...
변하지 않고 응원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