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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운 Apr 17. 2022

목련은 지지 않는다

꽃이 전부가 아니었음을

나는 섬세하다가도 때로 과하게 무심하다.

관심이 없다면, 눈앞에서 윙크를 하고 지나가도 모를 일이다. 아마도 극과 극을 달리는 AB 특유의 성향 때문이리라.

목련을 좋아한다면서 그간 내 눈이 얼마나 어두웠는지 진실과 만났다.


올봄은 얄궂어 꽃도 덩달아 늦고, 비 소식에 꽃들과 일찍 작별을 했다.

눈 돌리면 한 줌씩 봄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봄은 자체로도 좋지만, 꽃을 보는 기쁨이 큰 법인데, 내 욕심이 큰 걸 수도 있지만

올해는 마음이 다 채워지지 않는 게 사실이다.

다른 꽃들에 비해 덩치만 컸지 연하고 약한 목련은 비바람에 특히 취약하다.

목련이 날씨를 견디지 못하고 금세 지니 나는 심드렁했다가 다른 꽃들로 눈을 돌리고 있었다.

사실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듯 모든 꽃을 사랑한다.

그런데 얼마 전 다시 본 목련은 꽃이 진 자리로 파릇하고 순한 초록 잎들이 나 있었다.

목련이 질 때 나는 무얼 하고 있었나 생각하니 제대로 인사한 기억이 없다.

목련의 끝이 유독 처절하니 내가 외면한 거다.

얼굴만 보는 사람처럼 그저 웃고 있는 꽃망울만 사랑했었나 보다.


다시 본 목련은 장르를 바꾸고, 제2의 인생을 준비하고 있다.

목련에게 꽃이 전부가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나는 사과와 고백을 동시에 남긴다.

- 미안해... 난 너의 아름다움만 좋아했나 봐.

내 사랑은 진정한 것이 아니었어…

우리 사이에는 오랜 정도 있고, 함께 한 시간도 있으니 이해를 구해본다.  

이제 목련에게 필요한 건 새로운 삶의 응원이다.   

목련아,
네가 꽃이든 잎이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
너는 지속되고 있으니까...
변하지 않고 응원할게    
Deep inside by Paris match (출처: Paris match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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