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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운 Apr 16. 2022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

일상의 가치를 복기하며

하루 두 번 꼴로 구급차를 본다. 안타깝지만 그 이상인 날도 많다.

사이렌 소리가 들리면 반사적으로 뒷거울부터 살핀다.

마음 같지 않은 도로 사정에 차는 힘들어 보인다. 길에 놓인 안타까움을 보며 화살기도를 올린다.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게 해 주세요...
잘 이겨내게 해 주세요...

사랑하는 사람들이 도움받게 되는 일 역시 없기를 기도한다.

구급차가 지나간 자리로 일사불란하게 흩어졌다 돌아오는 차들을 보며

상식적인 일이지만 모세의 기적과는 비교할 수 없는 아주 멋진 길이라 생각한다.


여기에 하루 두 번 꼴로 접촉사고를 본다.   

영문 모르게 막히는 날은 영락없이 차 두 대가 붙어 있다. 팔짱을 끼고 선 운전자의 표정은 짜증이 역력하다. 그 마음 모르지 않대도 짜증은 더 이상 그들만의 것이 아니다.

동 시간 우리 모두에게 옮아버렸으니까.

- 아휴 그러게 양보 좀 하지...

변수를 생각 못한 나는 이미 넘쳐버린 시간에 머리가 아프다.

사람들 마음에 손바닥만 한 여유가 들어있음 좋겠다 생각한다.


물론 다정한 순간도 있다.

모든 차의 등에 얼굴이 있고, 표정은 말을 한다.

방향지시등을 켜는 옆 차에게 공간을 내어준 뒤 고맙다는 인사를 받을 때면, 기대 않던 선물을 받은 기분이다.

- 들어가도 될까요?

- 네, 그럼요.

- 감사합니다.

- 별말씀을요.

깜빡이 하나로 우리는 이웃 같은 대화를 나눈다. 상냥한 얼굴로 기브 앤 테이크의 정석을 나눈 셈이다.

상식적인 일이지만 가볍게 행복해지는 대화라 생각한다.


으레 익숙하던 일상들이 나의 것이 아닐 수 있던 순간을 상상해본다.

잘 아는 사실이지만 잘 잊는 것이기도 하다.

많은 것이 감사해진다.

불쑥 안부를 확인하는 내게, 잘 지내고 있다 말하는 그들의 일상에도 감사하다.

다음을 기약하기보다 지금을 행복하게 살겠다고 마음먹는다.

오늘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덧붙이며...


☆ 오늘의 추천 BGM

La dolce vita (Finale) (출처: simba901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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