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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운 Jul 25. 2022

또다시 새드엔딩

굿바이 신스틸러

나는 새우를 먹는 것도, 키우는 것도 좋아한다.

두 개를 붙여 말하니 좀 오싹한데, 물론 둘은 종(種)도 크기도 엄연히 다른 대상이다.

오늘의 새우는 후자의 새우인데, 보고 있으면 사랑스러워 감탄이 흐른다.

1센티미터도 채 되지 않는 녀석들이 권투 하듯 실 같은 다리를 뻗었다 모았다 꿈틀거리는 것도, 생각하듯 더듬이를 갸우뚱하는 것도, 물총을 발사하듯 뾰롱하고 날아가는 모습도 간지럽게 귀엽다.

정말로 작고 사랑스러운 명체다.

한 집에 사는 구피 부부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화려한 구피가 주연이라면 내게 진정한 신스틸러는 새우였다. 그리고 그 마지막 신스틸러가 오늘 아침 용궁으로 갔다. 아침이면 안부부터 확인하던 아이들이었는데, 결국 하루이틀 사이로 모두 떠나버렸다.


올해 초 나와 몇 명은 회사 동생으로부터 체리새우와 구피를 분양받았다.

수의사인 동생 남편 덕에 최적의 환경을 갖춘 어항째 분양을 받았었다. 배양토와 흑사가 융단처럼 곱게 깔린 바닥에 발리스네리아, 펄그라스, 피그미사지테리아, 붕어마름 등이 고루 심긴 정원이 예쁜 집이었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생기는 고민과 궁금증도 종종 물으며 신세를 졌다.  

밥과 환수, 이따금 흙에서 빠져나온 수초를 다시 심는 외에 대체로 나의 일은 아이들이 잘 노는지 관찰하는 것이었다. 밤사이 안녕도 포함하여.

특히 숨어있는 새우의 안녕을 살필 때면 가슴이 자꾸 콩닥거렸다.

나의 소심은 여러 번의 이별에 이유가 있었다.

새우를 키우면서 늘 시행착오에 시달려왔다. 결과도 새드엔딩.

어린 시절을 포함해 (양육 난이도 하(下)의 비파도 보낸 이력이 있으니 말 다했다. *귀여운 비파는 미니 상어 느낌의 물고기다) 2년 전 키우던 블루벨벳 새우들마저 용궁에 보낸 후 트라우마처럼 한동안 키울 엄두가 나지 않았다.  

매일 공을 들이는 새우가 유독 금방 떠나니 적어도 새우에 있어서만큼은 나의 애정이 양육의 재능을 관통하지 못하는 듯했다. 좋아하는 마음은 커도 키울 용기는 약해져버렸다. 가끔은 내가 너무 자주 쳐다봐서 그런가 하는 마음이 들 만큼.


처음 새우를 발견했을 땐 새우의 몸은 반이 잘려있었다. 대체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어지럽고 기가 찼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유일한 합사 생물인 구피. 탈피 중에 구피의 공격을 받은 게 아닌가 의심이 들었다. 우리 집 구피 부부는 행동이 크고 부산스러운 편이라 탈피 중인 새우를 의도치 않게 건드렸을 가능성이 컸다.

어제오늘의 새우는 바닥에 뒤집혀 죽은 걸로 보아 PH 문제일 듯한데, 최근 제대로 PH를 측정하지 않고, 물을 너무 믿은 나의 불찰 같다. 환수에 있어 문제가 있던 것 같기도 하고, 여러 원인을 고려해보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움직임이 둔해졌을 때 진작 알아봤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구피 암수 두 마리와 우렁이들만 남은 어항 하나와 아기 구피들만 모여 사는 네모 어항 하나.

새우는 이제 찾으래야 찾을 수 없다.

애정을 주고 잃는 숱한 시간을 보내고도 생명 앞에 좌절은 어쩔 도리가 없다.

홀로 남은 체리새우가 외로울까 투명 새우들을 새로 데려오던 날도 아이들의 사이가 좋지 않으면 어쩌지 걱정했었다. 체리새우가 예민하게 텃세를 부려도 곤란한 일이고, 투명 새우들이 역행해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우리는 모두 같은 식구이니까.

결국 그 시간들을 보내고 남은 체리새우 두 마리가 오늘로서 모두 이별하고 나니 아침 루틴인 모닝커피도 효력 없이 한동안 멍했다.


집에 와 보니 물의 세계는 슬픔이 없어 보인다. 오늘 아침처럼 구피도 우렁이도 평소대로 잘 놀고 있다. 빈틈을 느끼지 못하는 듯 구피 부부는 또 밥을 주는 줄 알고 수면을 쪼며 맴돈다.

평소와 같아 차라리 다행이라 안심이 되는 저녁이다.

그래도 나의 마음은 당분간 새우는 키우지 못할 것 같다.  

 

 ◆ 마음이 어지러운 오늘의 추천곡

Grace by Adoy (출처: Adoy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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