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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운 Jul 27. 2022

말랑한 소풍

여름 채소들의 다정한 합주

지난 주말의 아침 식탁은 생기 넘치고도 유익했다.

말랑한 동행이 식탁에 올랐다.

홍천 태생 오이와 청주 태생 토마토의 만남으로 어글리어스 추천의 ‘불 안 쓰는 여름 반찬 오이 토마토 무침’을, 그 외 채소들은 집에 있던 채소들과 함께 수프가 되었다.

어릴 적 향수가 있는 채소 수프는 화이트 루(Roux)로 끓인 고소한 크림수프와 비등하게 으뜸을 차지한다.

토마토 퓨레를 베이스로 소고기와 채소를 넣고 나무 주걱으로 휘이휘이 저으면 냄비 안은 강강술래의 형체를 갖추며 풍미를 더해간다. 토마토 특유의 새콤한 맛은 입맛을 돋워 애피타이저로도 손색이 없다.

누군가의 치킨 수프처럼 내겐 소울푸드가 되어주는 존재다.

남은 재료를 살피며, 다음의 메뉴를 궁리하다 보니 대부분이 '호박, 비트, 오이, 토마토'와 같은 여름 채소들이다.

하우스의 발달로 제철의 개념이 무색해진 지 오래지만 참계절은 이길 수 없다 생각한다.

로컬 못지않은 제철의 힘으로 메뉴에 자신이 붙고, 희미하게나마 매크로바이오틱(macrobiotic)을 복습한다.

몇 해 전 배운 12월의 마크로비오틱   

매크로바이오틱은 음식의 궁합(음양)과 시간의 흐름(오행)을 바탕으로 제철음식을 뿌리부터 껍질까지 통째로 먹는 자연식 식생활법이다. 자연에 계절까지 담은 밥상으로 구현된다.

향과 양념에 기대지 않고, 최소한의 간으로 재료 본연의 자존감을 살리는 것이 특징인데, 무엇보다 그 맛이 담백하고도 깊다. 부담 없이 자꾸 빠져든다.

재료의 모든 부위를 사용하는 방식대로 제로 웨이스트를 실현하는 레시피이기도 하다.


잘 먹고 잘 사는 것에 관심이 커지면서 무얼 먹는가가 곧 피와 살이 되듯 잘 살기의 7할에 '잘 먹기'가 들어선 지 오래다.

연장선상으로 착한 모둠 채소를 구독하는 일 역시 나의 삶을 양질로 이끄는 가치에 믿음이 있다.

그 마음을 이어가 매주 만나는 방방곡곡의 채소들로 지역을 아우르는 말랑한 소풍을 할 것이다.  

흔해도 좋고, 흔해서 좋은 자연 그대로의 합주다.

다정의 장소이자 충만한 내일의 재료인 오늘의 식탁에 살며시 행복을 얹어본다.


# 부록

남은 양배추로 만들어 볼 <여름 별미 양배추 간장 국수>.

어글리어스의 레시피를 공유하면 다음과 같다.

주재료(1인분) : 양배추 1/2개, 통마늘 1알, 간장, 참기름, 식초, 설탕, 메밀면, 대파

1. 양배추를 곱게 채 썰어 찬물에 담가주세요.
2. 간장 1T, 참기름 1T, 설탕 1T, 식초 1t에 통마늘 1개를 다져 넣고 잘 섞어서 양념을 만들어주세요.
3. 메밀면을 삶아 찬물에 헹궈 준비해주세요.
4. 양배추의 물기를 완전히 털어내고 양념장의 절반을 넣어 무쳐주세요.
5. 남은 양념과 메밀면을 넣어 잘 무쳐주세요.
6. 대파 약간을 다져 올려주고, 깨와 땅콩가루로 마무리하면 완성!
* Tip - 양념장에 땅콩버터 1스푼을 넣어 더욱 고소하게 즐겨도 맛있어요


★ 오늘의 추천곡 - 청량하게 ♩ 말랑하게 ♬ 그리고 다정하게 ♪

Carnival (출처: TheCardigans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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