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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운 Jun 05. 2022

조건 없는 항복

사랑스러우니까 <MINIATURE LIFE>

기본적으로 아기자기한 것들을 좋아한다. 사랑스러움에 조건 없는 항복이다.  

보호본능에 엄마 미소로 응원하며 사랑하게 된다.

여기에 반전으로 작아진 세계는 위트를 등에 업고 애정이 배가된다.   

미니어처도 그중 하나이다.

코로나 집콕 시기에는 미니어처를 유희 삼아 <가고싶어> 시리즈를 만들었다.

미니어처 와인세트와 피크닉 소품으로 '바닷가 휴양지'를, 찻잔 세트와 책으로 '티타임' 등 수납장 빈칸에 백월을 붙여 콘셉트 별로 일상을 해갈했다. 나름의 행복을 향한 몰입이었다.     

미니어처로 꾸민 <가고싶어> 시리즈

작년 겨울 <MINIATURE LIFE SEOUL : 타나카타츠야의 다시보는 세상>도 그러했다.  

미니어처들의 완벽한 합주는 스토리마저 위트가 넘쳐 흘렀다.   

'Workers, Sports, Have Fun, Season, Adventure, Universe, World Travel, Vehicle, Family' 총 9개의 테마로 조성된 공간은 하나하나 목을 빼고 가까이 다가가 보게 되는 오브제 천지였다.  

여기에 완벽한 호흡의 언어유희는 미니어처와 듀오로 완전체를 이루었다.

마치 밤이 되면 디오라마 인형들이 작품에서 나와 밤새 모여 놀 것만 같았다.


사랑스러움에서 한발 더 나아가 따뜻한 위트로 승화시키는 타나카타츠야는 소년 같은 얼굴로 일상을 꾸러기처럼 뒤집는 미니어처 사진작가이자 아트디렉터다.

시각적인 즐거움도 크지만 주옥 같은 언어유희도 못지 않게 매력적이다.  

결과가 말해주듯 작품을 구상해가는 단계부터 모든 과정이 행복할 거라 믿게 된다.  

(왼쪽부터) Very Cold Beer / 작년 12월 전시 관람 후 구매한 도록. 보고 또 보고싶은 사랑스러운 세상 천지 / The Way Home
(왼쪽부터) Autumn Forest / Ride the Waves While They're Fresh / Tiny House

타나카타츠야는 2011년, 일상의 물건들을 소재로 미니어처 아트를 구축하는 'MINIATURE CALENDAR'를 시작한 이래, 하루도 빠짐없이 작품을 만들어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유해오고 있다.

1일 1작품을 지속해 실천하는 작가란 점도 존경스럽다.  

덕분에 나는 간밤에 또 어떤 재미난 세계가 탄생했을 지 심장이 간지럽다.

다음 날 만나는 치명적 사랑스러움에 매 순간 무장 해제된다.  


그의 재주인 일상과 본질의 뒤집기를 통해 유쾌한 일상이 매일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관점의 전환도 인상적이다.  

1인칭이 사람이 아닌 미니어처로 그들(디오라마 인형)이 시선의 주체가 된다.

그의 작품 속 스토리텔링은 일상을 바라보는 열린 시선과 '비유'를 통해 완성된다.

디테일하게 거듭난 일상은 더 풍부한 표정과 메시지를  담고 있다. 교감을 통해 감동을 받는다.


비유란 삶을 더 풍요롭게 하는 것이다


브로콜리가 숲의 나무처럼 보이거나 물에 떠있는 나뭇잎들이 조각배처럼 보인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입니다. 미니어처의 시점에서 일상 속 사물을 생각하면 재미있는 것이 떠오릅니다.


100엔  등에서 물건을   가장 많은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그답게 작품의 소재들 역시 주변에서 흔히   있는 일상의 것들이다. 우리에게 익숙했던 쓸모에서 360 전환된 스토리로 변신을 꾀하는 순간들이 사랑스럽고 유쾌하다.

어른이 되면 상식이나 고정관념이 따라다닙니다.
책은 '읽는 것', 옷은 '입는 것', 야채는 '먹는 것'.
어린 시절에는 보다 자유로운 발상과 순수한 시각으로 사물을 보았을 것입니다.
겹겹이 쌓인 책은 '빌딩'으로, 옷은 바닥에 펼쳐서 '대초원'으로, 야채는 '숲과 산'으로 시점을 바꾸면
비로소 발견되는 재미있는 세상이 있습니다. 자라면서 잃어버린 장난스러움, 어린시절의 순수한 발상과
시각을 어른이 된 제가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 무언가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sandals boat (출처: @tanaka_tatsuya)
The dangers of the Amazon Logo (출처: @tanaka_tatsuya)
Demogorogon (출처: @tanaka_tatsuya)
(왼쪽부터) SPIDER-MAN vs MATRIX / Strange Selection / Electric Oven (@tanaka_tatsuya)

창작의 고통은 고독한 법이지만 타나카타츠야만은 예외로 하고 싶다.

자려고 누웠다가도 전기가 오른 듯한 발상에 작업실로 직행해서는 고도의 집중력으로 내일의 작품을 완성하고, 아빠 미소를 지어보이는 그가 상상되기 때문이다.

유통기한 따윈 없는 신선한 아이디어들이 지금 이 시간에도 무궁무진하게 장전되어 있을 것만 같다.

시선에 빈틈을 두고, 아이처럼 바라보는 그가 있어 그의 세상도 유쾌한 동화가 아닐까.  

오늘도 어김없이 그가 만들어가는 세계가 소풍가듯 기다려지는 이유다.  

Berimbau/Consolacao by Sergio Mendes (출처: Sergio Mendes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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