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개인 얼굴을 사랑하듯
비가 멎자 세수한 듯 하늘이 말개져있다.
비 개인 말간 얼굴을 나는 사랑한다.
비를 즐기던 출근길을 뒤로 하늘에 반하며 퇴근길을 맞는다.
집에 가까울 무렵 캔디바 하늘이 더 선명히 자리를 잡고, 나는 그새를 못 참고 사진을 남긴다.
비만큼이나 맑은 하늘을 좋아하는 나의 마음은 뭘까 생각하다가 '여행의 설렘과 닮았지' 한다.
여행은 자체로 언제고 좋지만 진정한 묘미는 떠나기 전 설렘과 집으로 돌아올 때의 익숙한 설렘에 있다.
전후의 설렘이 있기에 여행의 기쁨이 온전히 살아나는 격이다.
내겐 비가 그런 대상 같다.
비 오는 날을 사랑하지만 비 개인 하늘이 전보다 유독 더 말갛고 예쁨을 잘 알고 있듯,
그 얼굴을 기다리는 설렘이 비를 즐기는 기쁨과 맞먹는 행복이라고 말이다.
오늘의 비와 내일의 하늘을 또다시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