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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운 Aug 29. 2022

글쓰기는 유혹

[문장 우리기] #8. 유혹하는 글쓰기 by 스티븐 킹

작가는 반복해 말한다.

"가리지 말고 끊임없이 읽고 써라. 안목과 실력은 따라올 것”이라고.

자의식을 느끼지 않으면서 열심히 글을 쓸 수 있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고 말이다.

그것은 꾸준한 과정이 빚어내는 환희와도 같다.

이 진실이 믿을 만한 건 작가 자신의 경험담이기 때문이다. 글쓰기에 왕도는 없다는 꾸밈없는 충고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책은 자전적 스토리를 통해 자신의 진실을 증명해 보인다. 환상이나 멋짐은 없다. 그저 진솔할 뿐.


스티븐 킹은 가장 바람직한 글쓰기를 ‘영감이 가득한 일종의 놀이’라고 표현한다.

이는 이야기를 만들어낼 때 만나는 흥분과 생기를 얻듯 죽음의 입맞춤 같은 노동과는 확연히 다른 개념이다.

이야기를 재미있게 쓰고, 신선도를 유지함으로써 독자들도 즐거운 마음으로 몰입할 수 있게 돕는 선순환이다. ‘써야 한다'가 아니라 '쓰고 싶다'는 마음으로 써 내려가는 것이기에 진실성을 강조한다.

자신의 작품이 진실하게 들리기를 바란다면 진실하게 말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입을 다물고 남들이 말하는 것을 듣는 일이라 한 마디 더한다.  

글쓰기의 바이블로도 불리는 <유혹하는 글쓰기>는 중반부터 실질적인 조언들이 등장한다.

초반은 그가 상상과 글쓰기에 빠져 지내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자전적으로 들려주고 있다.

작가 스티븐을 만들어간 초석 같은 시간이자 글쓰기의 운명을 담았다.

그 역시 지속을 바탕으로 글을 써갔고, 그것이 생계 때문이든 독자와의 약속이든 지독하리만치 지속적으로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글을 썼다.

후반부에는 초고를 수정하는 과정에 대해 언급하며, 예시를 보여주는데, 수정의 8할은 ‘삭제’다.

군더더기를 싫어하는 그의 결벽적 성향을 보여주는데, 대부분의 독자가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믿음이 깔려있다.

자연히 사족의 과감한 삭제는 글의 완성도와 스토리의 진행 속도를 높여 흥미를 생산한다.

이러한 과정을 탁월하게 표현한 엘모어 레너드의 비유를 빌리면 다음과 같다.

사랑하는 것들을 줄여라,
사랑하는 것들을 죽여라,
자기중심적인 마음에
찢어지는 아픔이 오더라도
모름지기 사랑하는 것들을 죽여야 한다.  

나 역시 글을 쓰며, 자기중심적인 마음을 비우지 못해 표현 하나를 두고 미련을 갖는 일이 허다하다.

결국은 발행 후 손을 보기도 하는데, 지우기에 공들인다. 담백하게 쓰고 싶은 마음에서다. 감정의 마모 없이 쉽고 담백한 글을 꿈꾼다.

다만, 어렵긴 매한가지일 뿐.

'호텔 이야기' 초고의 수정 과정

글을 대하는 스티븐 킹의 표현들에 공감의 미소를 짓게 되는 재미 역시 이 책의 매력이다. 특히 ‘언어의 즐거운 유연성’이라는 표현을 사랑한다.

문학적 허용이 주는 관대함은 위트가 되거나 보다 자유로운 창작의 기틀이 된다.

무엇보다 그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수긍되는 이유는 그가 유명 작가여서가 아니라, 허세 없이 솔직한 자신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일명 괴짜에 가깝다. 꾸준한 집필을 통해 바닥과도 같던 삶을 밟고 올라온 진국의 인생이 입증한다. 글을 얼마나 사랑하는 지도.

황홀했던 문장들을 다시금 꺼내보며 나의 글쓰기 역시 나를 알리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를 알아가고, 내가 행복한 일이란 진실을 다시금 확인해보는 저녁이다.


"재능은 연습이라는 말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린다. 자신에게서 어떤 재능을 발견한 사람은 (그것이 무엇이든지 간에) 손가락에서 피가 흐르고 눈이 빠질 정도로 몰두하게 마련이다. 들어주는 (또는 읽어주는, 또는 지켜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도 밖에만 나가면 용감하게 공연을 펼친다. 창조의 기쁨이 있기 때문이다. 환희라고 해도 좋다. 그것은 악기를 연주하거나 야구공을 때리거나 400미터 경주를 뛰는 일뿐만 아니라 독서나 글쓰기에서도 마찬가지다. P182
이에 버금가는 깨달음은, 정서적으로 또는 상상력의 측면에서 까다롭다는 이유만으로 어떤 작품을 중단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점이다. 때로는 쓰기 싫어도 계속 써야 한다. 그리고 때로는 형편없는 작품을 썼다고 생각했는데, 결과는 좋은 작품이 되기도 한다. P93~94
인생은 예술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P124
나는 문학이야말로 가장 순수한 형태의 정신 감응을 보여준다고 믿는다.  P125
책이란 어디든지 갖고 다닐 수 있는 마술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P126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글쓰기에서도 자기가 가진 최선의 능력을 발휘하려면 연장들을 골고루 갖춰놓고 그 연장통을 들고 다닐 수 있도록 팔심을 기르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놓으면 설령 힘겨운 일이 생기더라도 김이 빠지지 않고, 냉큼 필요한 연장을 집어 들고 곧바로 일을 시작할 수 있다. P137
그렇다면 언제나 완전한 문장만 써야 하는 것일까? 그런 생각은 버리는 것이 좋다. 여러분이 순전히 문장의 파편들만 가지고 작품을 써도 경찰이 와서 잡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수사학 분야의 무솔리니라고 할 만한 윌리엄 스트렁크조차도 언어의 즐거운 유연성을 인정해주고 있다. P145
문법은 쓸모없는 골칫거리가 아니다. 여러분의 생각들을 일으켜 세워 걸어가게 해주는 지팡이 같은 것이다. P146
언어도 날마다 넥타이를 매고 정장 구두를 신을 필요는 없다. 소설의 목표는 정확한 문법이 아니라 독자를 따뜻이 맞이하여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그리고 가능하다면 자기가 소설을 읽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게 만드는 것이다. 한 문장으로 이루어진 문단은 글보다 말에 더 가까운 것이고 그것은 좋은 일이다. 글쓰기는 유혹이다. P163
글을 잘 쓰려면 문단을 잘 이용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그러려면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장단을 익혀야 하기 때문이다. P164
첫째, 좋은 글을 쓰려면 기본을 (어휘력, 문법, 그리고 문체의 요소들을) 잘 익히고 연장통의 세 번째 층에 올바른 연장들을 마련해둬야 한다. 둘째, 형편없는 작가가 제법 괜찮은 작가로 변하기란 불가능하고 또 훌륭한 작가가 위대한 작가로 탈바꿈하는 것도 불가능하지만, 스스로 많은 정성과 노력을 기울이고 시의적절한 도움을 받는다면 그저 괜찮은 정도였던 작가도 훌륭한 작가로 거듭날 수 있다. P172~173
작가가 되고 싶다면 무엇보다 두 가지 일을 반드시 해야 한다.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슬쩍 피해 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지름길도 없다. P176
빼어난 스토리와 빼어난 문장력에 매료되는 것은 - 아니, 완전히 압도당하는 것은 - 모든 작가의 성장 과정에 필수적이다. 한 번쯤 남의 글을 읽고 매료되지 못한 작가는 자기 글로 남들을 매료시킬 수도 없기 때문이다. P178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의 세계를 창조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창조적인 잠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침실처럼 집필실도 자기만의 공간이고 꿈을 꿀 수 있는 곳이다. 우리가 하루 일과를 지키는 것은 - 즉 날마다 같은 시간에 안으로 들어갔다가 종이나 디스크에 1천 단어를 옮겨놓은 후 밖으로 나오는 것은 - 버릇을 들이기 위해서다.  P191
묘사는 독자들을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인다. (중략) 묘사를 잘하는 비결은 명료한 관찰력과 명료한 글쓰기인데, 여기서 명료한 글쓰기란 신선한 이미지와 쉬운 말을 사용하는 것이다. P212 & 220
그렇게 원고를 읽는 동안에 내가 표면적으로 가장 신경 쓰는 것은 스토리와 연장통에 관한 문제들이다. 이를테면 선행사가 분명치 않은 대명사들을 빼버리는 일(나는 대명사를 불신하고 혐오하는데, 모든 대명사는 협잡꾼 변호사처럼 교활하기 때문이다), 필요한 곳에 말을 덧붙여 의미를 좀 더 명확하게 만드는 일, 그리고 물론 굳이 없어도 되는 부사들을 모조리 삭제하는 일(그래도 전부 지워버리지 못하고 또 충분히 치우지도 못하지만) 등등이다. P263
적당한 중용을 찾는 최선의 방법은 무엇일까? 당연히 가상 독자다. 문제의 어떤 장면에서 과연 여러분이 가상 독자가 싫증을 느낄지 안 느낄지 상상해보라. 여러분이 가상 독자의 취향을 나의 절반만큼이라도 알고 있다면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닐 것이다. P274
궁극적으로 글쓰기란
작품을 읽는 이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아울러 작가 자신의 삶도 풍요롭게 해 준다.
글쓰기의 목적은 살아남고 이겨내고 일어서는 것이다.
행복해지는 것이다.


★ 오늘의 추천 BGM

WhoWho (출처: WizTheMc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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