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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웰시 Jul 22. 2019

헬조선이싫어질 때

사춘기 같은 사회 살아내기
 
  ‘헬조선’, ‘불반도’, ‘7포 시대’라는 말이 생길 만큼 한국에서 살아가는 것이 녹록치 않게 느껴지는 시대에요. 열심히 살아도 꽤 괜찮은 미래가 보장되진 않을 거라는 불안감 속에서 막연히 이민을 꿈꾸는 사람들도 늘고 있어요. 하지만 이민도 꼭 모든 사람에게 정답이 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각자의 형편이 다를뿐더러 한국 밖의 사회라고 해서 꼭 다 편하고 살기 좋은 것만도 아니기 때문이에요. 각 나라마다 우리와는 또 다른 그 사회만의 문제와 불만족 요소들이 존재하잖아요. 결국 세상 어디에도 유토피아 같은 사회는 없는 것 같아요. 

 사회심리학자 ‘허태균’ 교수는 ‘어쩌다 한국인’이라는 책과 강연을 통해 지금 우리 한국 사회가 ‘사춘기’ 같은 단계를 지나고 있다고 비유해요. 급격한 경제 발전을 이루며 몸집이 폭발적으로 불어나는 양적 성장기를 지나왔지만 아직 ‘존재감과 방향’을 세우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혼란과 좌절을 겪으며 정신적인 만족도가 세계 하위권을 맴돌고 있는 거라고 해요. 지금까지는 단순히 먹고 자라는 문제에 집중해 온 시기였다면 이제는 ‘내가 누구이고 무엇을 위해 달리는지’ 자아정체성을 고민해야 할 시기를 맞은 거에요. 그리고 이 시기를 잘 보내고 보다 어른스러운 성숙한 사회로 무르익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변화들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첫째로, 포기해도 된다는 것을 아는 것이에요. 포기는 패배가 아니라 ‘내게 더 중요한 인생의 가치’를 선택해가는 과정이라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해요. 서구인들은 대학 진학률이 우리보다 훨씬 낮아도 명문대에 못 간 사람들이 우리만큼 패배의식을 느끼지 않아요. 왜냐하면 본인이 그것을 스스로 포기했고 대신 그 시간에 다른 것을 선택했다고 여기기 때문이에요. 반면 우리 사회는 선택을 ‘안’한 것이 아닌 ‘못’한 사람들을 대량 생산해내고 있어요. 어떤 것을 ‘포기’하고 다른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여지 자체가 있다고 아무도 얘기해준 적이 없기 때문이에요. 이럴 때 불행한 사람들이 많아져요. 명문대 진학이나 전문직, 고시 준비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것 자체가 나쁘다고는 할 수 없어요. 하지만 처음부터 ‘어떤 것을 얻고 어떤 것을 잃고 있는지’ 인식하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해요. 그래야 억울하지 않아요.
  둘째로, 라는 질문을 던지며 속도가 아닌 방향에 집중해야 해요. 그동안은 경제적인 폭풍 성장을 일구어내는 시기였어요. 그래서 지나치게 열심히 사는 것(인고)’이 중요했어요. 하지만 그렇게 전력 질주하는 동안 주머니에서 새어나간 것들이 있을 수 있단 것은 보지 못했어요. ‘왜’ 열심히 달려야하는 것인지 방향을 고민하지 못했던 거죠. 물론 그동안의 그 인고가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없을 거예요. 하지만 그 지나친 인고가 ‘지금’은 대한민국을 동시에 병들게 하고 있어요. 이제는 무작정 열심히 살 때가 아니라 내가 어디로 ‘왜’ 가고 있는지 내용에 집중해야 할 때에요.
  셋째로, 가시적인 것이 아닌 비가시적인 것들에서 나만의 가치와 이유를 찾고 스스로 인정해주어야 해요. 외적가치(외모, 물질, 서열 등 가시적인 것들)에서 내 가치를 찾을 때 우리는 너무도 쉽게 불행해져요. 가시적인 것들에 대해서는 누구나 비교하고 판단해버릴 수 있기 때문이에요. 반대로 추상적인 내적 가치들에 내 가치를 두게 되면 아무도 내 것에 대해 함부로 비교하거나 판단할 수 없어요. 그럴 때 마음껏 유익한 착각을 하며 살 수 있어요. 내가 더 사랑하는 것들, 나의 성품, 나의 재능과 개성 이런 것들에 내 가치를 두세요. 그럴 때 흔들리지 않는 존재감이 생겨요. 
   마지막으로, 방향을 모를 땐 놀 줄 알아야 해요. 우리는 노는 것이 막연히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어떤 길이 내게 맞는 방향인지 파악하기도 전에 무작정 달려요. 하지만 정작 나중에야 그 길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고 내게 맞는 길을 찾았을 때는 이미 고갈 상태에 빠져있게 돼요. 막상 힘써야 할 순간에는 방전되어 있는 거죠. 노는 시간은 힘찬 도약을 위한 충전과도 같아요. 그래야 진짜 도약해야 할 때 힘을 쓸 수 있거든요. 열심히 하되 무엇을 할지 알아야 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땐 놀 줄 알아야 합니다. 이것이 한국인의 행복을 위한 올바른 질적 변화의 방향입니다.
 


 모두가 일직선으로 달리면 반드시 1, 2, 3등 뿐 아니라
 다수의 낙오자가 나오게 마련이에요
 하지만 모두가 각 방향의 원형으로 퍼져버리면
 더 이상 1, 2, 3등이 아무런 의미가 없어집니다

     

-허태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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