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이라는 시를 좋아합니다. 특히 이 구절을 자주 떠올리곤 합니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시 구절처럼 한 사람 안에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뒤섞여 있습니다. 살아온 과거의 경험이 현재의 사고, 감정, 말, 행동을 만들어냅니다. 또 미래를 바라보는 방향이 현재의 결정을 이끌어내기도 해요. 그래서 사람 사이의 관계는 단순한 두 사람의 만남이 아니에요. 나와 상대의 일생이 뒤엉켜 춤추는 장단과도 같죠. 그래서 사람 사이에 문제가 생기면 하나의 공식으로는 풀어갈 수 없습니다.
마음의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의 문제를 가만히 듣다 보면 대부분 ‘관계’로 인해 아파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자기 자신과의 관계, 타인과의 관계, 이 모든 것을 둘러싼 환경과의 관계…. 복잡한 인간관계의 실타래 속에 갇힌 느낌이 들 때면 뿌연 감정 안개가 걷힐 때까지 잠시 기다리세요. 그리고 나의 과거로부터 온 매듭을 먼저 풀어야 합니다. 그 다음 관계의 실타래에 갇혀 있는 상대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려는 노력이 필요해요. 그래야 다음 매듭이 조금은 더 선명하게 보일 테니까요.
물론 엉킨 실타래를 푸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때로는 그대로 방치한 채 포기하고 싶어질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잘라내야 하는 관계가 아니라면 먼저 매듭을 찾는 노력이 필요해요. ‘내가 왜?’ 하는 생각은 접어두세요. ‘나를 위해!’라고 생각하면 한결 편해집니다.
관계를 풀어가는 일에도 용기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