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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해녀 그림책 #물개할망

편집자 일기


<물개 할망> 원고를 만난 건 2017년 어느 그림책 워크숍 자리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성들의 다양한 삶을 보여주는 데 관심이 많은 나는 이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 안달이 났다.
하지만 그림책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편집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자리, 원고를 눈여겨 보는 건 나만이 아니었다. #그림책브랜드모래알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터라 과연 이 원고와 인연이 닿을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글을 쓰신 오미경 선생님께 연락을 드렸을 때 워크숍에서 내가 작품에 대해 이야기 하는 걸 보고 마음이 끌렸다고 하셨고 계약을 할 수 있었다.
이 이야기를 그림으로 잘 표현해 줄 작가님을 만나야했고, 이명애 작가님과 연이 닿았다. 이명애 작가님은 스케줄이 꽉 차 있다고 솔직히 말씀해주셨고, 오미경 선생님께 양해를 구해 기다리기로 했다. 이명애 작가님이 그림을 그려주시면 좋겠다 생가괘서 연락을 드린 거였지만 “해녀를 한번 표현해보고 싶었다"는 작가님 이야기를 들으니 이런 게 인연,이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림책을 만들다보면 시간이 훌훌 지나가는 걸 느끼는 데 이 작품 역시 그랬다. 2018년이 훌훌 지나갔고 2019년이 되었다.
그해 6월, 나는 채색 그림을 기다리고 있었다. 책을 만들다보면 내 자신이 (여러모로) 커다란 지남철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곤 하는데 #양재역 #동네책방 #책방오늘 둘러보다가 #할망은희망 책을 봤을 때도 딱 그랬다. 제주 해녀 책을 만들면서 관련 다큐멘터리나 책은 여러 편 찾아봤는데 이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집으로 데려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림책 <물개 할망>은 우리나라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와 닮은 아일랜드 물개 설화와 제주 해녀를 접목시킨 이야기다. 사실 나는 어려서부터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았고 여전히 나무꾼의 행태를 생각하면 화가 난다.
하지만 이 책을 만들면서는 물개 옷을 훔친 사람에게 분노의 화살을 던지기보다 빼앗긴 ‘물개 옷’을 되찾았음에도 살던 곳으로 돌아가지 않은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제주할망 전문 인터뷰 작가 5년의 기록’이라는 부제가 붙은 <할망은 희망>도 같은 선상에서 읽었다. 현재를 사는 사람들의 눈으로 보면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삶일 수 있다. 당신들의 삶보다는 내 속으로 낳아 세상에 내놓은 이들을 돌보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한 사람들. 내가 가진 능력을 다해, 최선을 다해, 가뿐 숨을 몰아쉬면서 지키고자 했던 것들, 그 가치에 대해 생각했다. 서로 다른 곳에 서 있지만 서로의 삶을 바라보는 방식과 의미에 대해서도.

<물개 할망>을 만드는 동안, 작가님들은 편집자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주셨다. 초고에는 모든 장면에 글이 있었는데 그림 작업이 진행되면서 오롯이 이미지가 말하는 장면들을 구현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
제주 바다와 테왁이 쨍하게 보여지는 첫장면과 하늘인지 바다인지 헷갈리는 멋진 두 번째 장면은 콘티부터 기대가 됐는데, 바닷속 장면은 정말이지 기대 이상이었다. 프롤로그부터 끌어온 이야기가 클라이막스에서 환상적으로 펼쳐지는 것을 확인한 순간에는 너무 기뻐서 심장이 쿵쾅쾅쾅 뛰었다. 그리고 내가 받은 감동을 아무쪼록 많은 사람들이 함께 나누길 바라는 건 당연한 욕심.

작가님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표지 그림에 대해 논의하던 때는, 미루고 미뤘던 내 휴가였다. 제주 바다 아닌 강릉 바닷가에서 표지 그림을 확인하고 추가 그림을 부탁드린 탓에 이명애 작가님은 휴가 떠나기 전날 밤까지 그림을 그려서 내 메일로 보내주고 비행기에 올랐다.

그렇게 만든 책이 어제 #예스24 #오늘의책 올랐다. 이 소식을 함께 휴가를 다녀온 이에게 알렸더니 첫 마디가 이거였다. “그때 고민하던 그 책이네.”


그래, 그 책. 잘 만들고 싶었고, 열심히 만들었다. 그리고 이 책은 꼭 햇살이 비치는 곳에 놓고 사진을 찍어 남기고 싶었다. 아직 찬바람이 부는 겨울이지만 마음만은 훈풍이 부는 제주를 떠올리며, 햇살과 함께. #인증샷 #설정샷 #나란히읽는책 #그림책 #물개할망 #인터뷰집 #할망은희망 #그림책편집자 #편집자일기 #편집자위모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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