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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창 닦는 것처럼

마감 일기


마감을 하다보면 그림책 만드는 일이 유리창 닦는 일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닦는다고 열심히 닦았는데 잠시 고개를 돌렸다 다시 보면 어? 여기에 먼지, 어? 여기에 티끌, 어라? 이건 내 지문이잖아, 웅얼거리며 닦고 또 닦는다.


기획 단계는 차치하고 화면 교정부터 평균 3교, 많을 때는 6, 7교를 들여다보는데도 크고 작은 실수들이 나올 때면 우리가 주로 쓰는 말 “사람이 하는 일이잖아요.”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라서 다 닦은 유리창에 지문도 남기고 그러는 거겠지만 마지막 교를 볼 때 이런 실수들이 발견되면 심장이 쿵, 한다.


보통 사람들이 보면 잘 모르는 것들.

예를 들면

쓰고 그린 이로 들어가면 옮긴이, 글 그림으로 들어가면 옮김으로 맞춘다

또는 이런 티 안나는 것들

한 칸 띄운 건데 서체 때문인지 두 칸 띄운 것처럼 보일 때


이런 걸 잡아내고 있으면 “사람들은 몰라요”라는 핀잔을 들을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내가 하는 말 “남들은 모르겠지만 우리는 알잖아요.”


내가 못본 먼지도, 새로 앉은 티끌도 모두 내 탓인 것처럼 생각하는 편집자들은 오늘도 열심히 보고 또 보고 호호 불어가며 열심히 유리창을 닦고 있겠지.


또 이렇게 한 권의 책을 마무리한다.

곧 만나, 어여쁜 새 책.



202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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