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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니까 만나요, 씨를 뿌리게

책 만드는 속도에 대해


출판사에 다니기 시작한 건 햇수로 13년 전.


현재 나는 한 권의 책을 만들기까지 최소 1년의 시간을 들이는 편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거의 매달 새로운 씨를 뿌리고, 익은 것을 수확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책을 만드는 것만이 아니라 홍보 기획과 실무까지 겸하고 있으니 결코 적은 양의 일은 아니지만, 나는 책 한 권이 만들어지고 세상에 나와 자리 잡는 이 모든 과정을 온 몸으로 겪는 것이 꽤 마음에 든다.


모든 과정이 그 나름대로 의미와 재미가 있지만 가장 자유롭고 흥미로운 건 아무래도 기획 단계가 아닐까. 오늘 심은 아이디어가 내년에 나올 책이 되는  알고 있기에 작가와 기획 단계의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에는 (실제의 계절과는 상관없이) 마음이 언제나 봄이다.

오늘도 나는 또 하나의 봄을 맞이했고, 빠르면 이번 겨울, 늦어도 내년 봄에는 아름다운 수확을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때 이 글을 돌아보며 웃을 수 있길)


아무리 생각해도 미스테리는, 과거의 나는 현재의 내가 이 속도에 맞는 사람이라는 걸 어떻게 알아챘을까 하는 것인데, 그건 아마도 십삼 년 전 나의 ‘본능’ 아니었을까 생각할밖에.


20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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