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프리랜서 작가, 밤에는 게스트하우스 스태프의 삶
평소에도 프리랜서라는 직업의 장점을 잘 활용하고 있지 못한다는 생각은 있었는데, 업무량이 많아지자 번아웃까지 오기 시작했다. 번아웃을 퇴치하고 여행도 즐기면서 자유롭게 근무할 곳을 찾기 시작하다 제주도를 선택하게 되었다.
워낙 사람 만나는 것과 새로운 환경을 좋아하기 때문에 홀로 여행은 지루할 것으로 예상해 게스트하우스 스탭을 하면서 숙식은 제공받고, 동시에 작업도 틈틈이 하는 삶을 살기로 결심했다.
원하는 일을 자유롭게 하면서 처음 보는 사람들과 삶을 공유하는 기회가 또 올 수 있을까?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게스트하우스 스탭 모집 카페를 가입하게 되었고, 그중 애월에 신상 게스트하우스가 가오픈한다는 공고문을 보게 되었다.
신규라 당연히 후기도 없고, 스탭도 단 세명 밖에 뽑지 않는 소규모 게스트하우스라고 했지만 인테리어가 너무 이쁘고 근무시간도 적어 파티 게스트하우스와 고민하다 선택하게 되었다.
애월 쪽의 게스트하우스는 다 돌아봤지만 이곳이 가장 깨끗하고 좋았다.
근무는 주 3회, 하루 최대 세 시간 근무이다. 대체적으로 아침에 게스트분들이 퇴실하면 업무가 시작되었고
간단한 청소, 설거지, 이불정리 등의 잡일이 업무였다. 소규모 게스트하우스다 보니까 일이 어렵지 않고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이렇게 청소하면 대부분 1시 안쪽으로 마무리가 되는데, 그럼 이제부터는 자유 시간이다.
다른 스태프들은 제주도 여행을 하거나, 낮잠을 자거나 놀지만 나는 이때부터 본업 일을 하기 시작한다.
클라이언트들의 문의에 회신을 하고, 기존 밀려있던 작업들을 하나 둘 해치우면 어느새 네다섯 시간이 훌쩍 지나가있다. 애월 주변이라 오션 뷰 카페가 정말 많은데, 바다를 보면서 작업하니 능률이 더 오르는 느낌이었다.
가끔 작업이 생각보다 일찍 끝나는 날도 있는데, 그럼 카페 투어를 한 번 더 하곤 한다.
작업이 아닌 책을 들고 갈 때도 있고, 자유롭게 원하는 글을 쓸 때도 있다. 좋아하는 커피를 마시면서 즐기는 여유가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 같다.
저녁 시간이 되면 게스트들과 다 같이 포틀럭 파티 준비를 한다.
포틀럭파티는 참석자들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요리나 와인을 가지고 오는 외국식 파티인데, 각자 마련한 음식들을 나눠먹으면서 이야기 꽃을 피우곤 한다.
일주일정도 머물렀지만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봤다. 연극하시는 분, 성우, 군인, 사업가 등등 내가 몰랐던 분야의 사람들 이야기를 들으니 다른 세계를 엿보는듯한 기분이었다.
나잇대도 20대 초반부터 30대 후반까지 정말 다양했는데, 신기하게 육지에서는 어렵게만 느껴졌던 나잇대분들도 이곳에서 만나니 친구처럼 느껴졌다. '언제 또 내가 나이차이 나는 분들과 이런 진솔한 이야기를 해 보겠어'는 생각도 들었다.
싫증이 쉽게 나는 성격이라 일주일 만에 육지로 돌아가고 싶으면 어쩌지? 싶었는데 괜한 고민이었던 것 같다.
언제까지 머무를지는 모르겠지만 벗어나고 싶지 않을 정도로 굉장히 여유롭고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