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직장에서의 내 모습이 정말 맘에 들지 않았다. 회사에 마음이 뜬 지도 오래되었고, 상담 공부를 시작하고 3학 차가 되면서는 붕 뜬 마음이 내려오질 않는다. 거기에 동료 A 씨와 B 씨에게 말을 하지 않고 점심도 따로 먹는 등 확연히 달라진 모습으로 대하면서 두 사람과도 서먹해졌다. 그리고 예민한 주제들을 나누기가 잘되어 위로도 받고 했던 B 씨와의 관계에서도 사람 대 사람으로서 ‘나’ 자신을 타인이 100퍼센트 이해해 준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구나! 를 다시 한번 느끼는 계기도 있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마음의 정리가 되어 더 이상 그 동료와도 감정 등 어떤 이슈에 대해 나누고 싶지 않아졌다.
답답함과 지루함으로 나의 하루를 꾸역꾸역 버티면서, 그리고 수술, 이혼 등의 개인사로 나의 치부를 다 보인 것 같은 생각에, 그리고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고 사적인 일로 공적인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나 자신이 참 별로라고 생각했다. A 씨와 B 씨를 적막한 부서 분위기로 불편하게 만드는 것도 별로라고 생각이 들었다. ‘이곳이 답답하다’...... 나란 아이는 내가 그동안 봐주지 않았던 내 감정들을 고스란히 느끼며 그것을 표현해 내야 하는 사람인데...... 그것에 목말라하고 있다.
하지만, 이곳은 기계적으로 틀린 곳을 찾아내서 고치는 일을 하고, 쳇바퀴 돌아가듯 나에게 주어진 일들을 하고 있다.어렸을 때 좋아하고 행복했던 유형의 일이 아닌 일들로, 지금까지 행위해 왔다.상담 공부를 하면서 감정에 예민해져야 한다는 지점은, 상담이란 아이는 나의 감정에 클릭되게 하는 접점을 주어 점점 더 그 아이가 좋아지고 있다. ‘이거, 나랑 맞겠다!’ 하는 생각이 든다. 상담을 통해 내가 느끼는 감정들이, 나에게 2차적으로 글이나 그림으로써 풀어내는 작업을 가능하게 해 줄 것 같아서도 기대가 된다.
쉼 없이 달려가는 전차 같은 나. 왜 쉼을 편안하게 보지 못할까? 나는 여전히 직장에서 일을 하고 있고, 퇴근 후 수업을 듣고, 과제를 하고, 상담 수련을 받고, 필요한 워크숍도 사이사이 듣는다. 상담도 시작했다. 쉬는 동안에는 양평에 가서 아이와 시간을 보낸다. 누구보다 나는 내 에너지를 끌어당겨 쓰고 있다. 그럼에도 내가 게으르다고 느끼는 현재다.
3학 차 수업이 2학 차 때보다 덜 빡빡하여 그 시간을 그냥 보낸 몇 주간의 내 모습에서 좌절감, 자책감, 후회, 불안, 자포자기 등 부정적인 기분만 떠오른다. 나는 무엇에 쫓기고 있을까? 그리고 극한으로 열심히 하지 않으면 열심히 하지 않은 것같이 느끼고, 그렇게 느끼면 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지나쳐 버린다. 극단적이다. 왜 그럴까?
‘쉼’을 이야기하다가, 몇 달 전 풀 배터리 심리검사 때 피드백받았던 내용에 대해 이야기가 나왔고, 그 가운데서 내가 행복해했던 일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그래서 예술가적 기질의 일이 나에게 맞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그런 기질을 제대로 활용하는 일을 하지 못하고 현실적인 상황에서 나와 맞지 않는 일을 오랜 시간 해 오면서 내 안의 내가 숨이 콱콱 막혀 가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상담 공부를 하면서 감정을 보는 일이 내 세포 하나하나를 깨우는 느낌이어서 재밌고 좋다는 이야기로 이어졌다.
상담은 나의 허를 찌르는 것 같다. 나에 대해 마음에 들지 않는 모습과 태도, 감정 등을 다루겠지 하고 오늘 임했는데, 위로를 받는 시간이었다. 어떨 땐 위로를 받아야지 하고 오면, 마주하기 싫은 이야기를 해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오늘 정말 나에게 필요했던 것은 ‘위로’였던 것 같다. 내일 회사를 갈 수 있는 에너지를 조금이나마 비축한 것 같았다.
상담사는 참 민감하고 예민하고 창의적이어야 한다.내담자에게 필요한 것들을상담자의 직관으로 그때그때 달리 담아내고 내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의 내담자가 지금 이 순간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하는 순간의 판단이 잘 숙련되어 자연스럽게 적절하게 나와 주어야 한다.
상담사 1급을 취득하는 장면을 예상하면 뿌듯하고 기쁘고 벅차고 자랑스럽고 할 것 같다. 그때는 정말 예쁜 꽃을 주시겠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지금도 눈물이 난다. 나의 히스토리를 다 아는 한 존재가 있다는 것은 참으로 귀한 경험인 것 같다. 아니 신기하다. 나만이 아는 이야기를 타인이 옆에서 같이 보아준다는 것이 말이다.
지금은 상담 수련과 상담 공부, 이혼 문제에만 내 에너지를 쓰자. 회사는 최소한의 에너지를 쓰며 잘 정리하자는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보자. 오늘 상담을 통해 어쨌든 한 주를 나는 또 지나 보낼 것이다. 다행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