늪에서 나오다

감정 알아차림 <2022. 4. 18>(with 교육분석)

by 세만월

지난주 심적으로 힘들었다. 이유들이 많아서 더욱 복잡했다. 사무실에서 A 씨와 B 씨를 대할 때 마주하고 싶지 않은 나의 면면들을 보는 것이 싫었고, 첫 상담 접수 면접 준비를 미루고, 투사적 기법 해석 과제를 미루면서 심적으로 부담감만 높아 가는 것도 힘들었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환절기 때 알레르기 비염이 특히나 심해 물리적으로 힘든 것까지 겹쳐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기분이었다.


이번 주 교육분석 시간에 특히나 A 씨와 B 씨를 현재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 거리를 두고, 내 일 하고, 점심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여유 있게 먹고 있다. 그런데 왜 이 거리두기를 그동안 A 씨란 사람한테 하지 못했는가? 분명 첫인상도 선호 대상이 아니었고, 현재 일도 못 하고, 남 탓하며 자기 능력을 살피지 않는 사람인데, 그동안 왜 거리두기를 못했는가?


10년간 A 씨와 지냈던 시간을 무시할 수 없고, 일적으로 잘 맞았을 때도 있었고, 그녀가 하는 말에 내가 잘 받아주기도 했었고, 현재는 무능함에 짜증도 나고 힘도 든다는 등등 그녀에 대해 중구난방, 이랬다 저랬다 설명하는데, 한 사람을 두고 이야기하는 게 맞는 것인지 의심이 들 정도로 혼란스럽게 표현했다.


끝을 향해 정리를 하고 있는 지금, 나에 대해 안 좋게 인식하는 것이 싫고 속상했다. 그리고 10년간 같이 일해 온 의미도 컸다. 마치 남편과의 이혼을 밟으면서도 나의 시간이 부질없게 사라지는 느낌인것마냥 속상한 감정도 컸을까.


하지만, A 씨와 B 씨의 문제가 아니었다. 특히 A 씨를 대하는 나란 사람이 마주하고 싶지 않은 나 자신의 모습들을 보게끔 해서, 그것이 찝찝하고 싫었던 것이었다. A 씨는 나란 사람, 특히 내가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내가 가진 부정적인 면면을 드러나게 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트리거 trigger. 그런 의미에서 A 씨도 B 씨도 다 나의 그림자일 뿐이다.


교육분석 초반부터 후반부까지 A 씨가 이러이러해서 제가 이런 감정을 느꼈고, B 씨가 이래서 그랬고 저래서 그랬다는 식으로 이야기할 것이 아니었다. A 씨와 B 씨 이름에 내 이름을 넣고 말했어도 무방했던 것이었다.


A 씨의 무엇이 나를 촉발시켰는가를 봐야 하고, 그들에게 투영되는 진짜 내가 보고 싶지 않아 하는 것들과 마주해야 하는, 나의 모습을 바라봐야 하는 때가 된 것이다. 이것이 미해결로 남으면 A1, A2, A3……해결될 때까지 열 명이고 스무 명이고 계속 내 앞에 나타날 것이다. 이것을 나누며, 어떠냐는 상담 선생님의 질문에, 먼저는 “귀찮아요”, “진 빠져요”, “늪에서는 나온 것 같아요”, “이론으로만 배웠던, 투영이다, 그림자다, 트리거다 등등의 낱말들이 제 주변에 이제야 펼쳐지기 시작한 기분이 든다”, “이제야 안개를 약간 걷어낸 기분이다” 순으로 답했다.


그간 상담을 받은 세월이 얼만데, 이제야 나를 보는구나! 하는 마음에 그동안 뭐했나 하는 허무한 기분도 순간 들었다. 하지만 선생님은 지지해 주셨다.


“이제는 힘이 생긴 상태에서 자신을 보는 것이다. 아무것도 한 게 없는 것 같지만 정말 많은 것을 이뤘다. 긴긴 상담을 하고 오랜 시간이 흘러 상담학과에 입학했다고 나(상담 선생님)를 찾아왔다. 정말 당황할 정도로 놀라웠고, 돌고 돌아 해냈구나! 하는 기특함도 느꼈었다. 벌써 3학기가 중후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고, 첫 상담(상담 수련 중 맡은 첫 사례)은 어쨌든 무사히 마쳤다. 현재 회사는 그들과 분리시켜 나를 보면서 다니면 된다. 아이를 돌봐주시는 부모님이 계신 것도 다행이다. 이혼은 곧 해결될 것이다.”


몽글몽글한 심정으로 눈물이 나왔다. 울고 싶을 때는 참지 말고 그 자리에서 울고, 생각하고, 느끼는 대로 행동해 주라고 하셨다.


늪에서 나와, 허우적 대는 기분이 아니다. 우선 위기탈출은 한 셈이다. A 씨와 그 밖에 나를 힘들게 했던 직장 내의 동료들을 통해 나를 바라보려고 한다. 진정 나를 통합시키는 단계로 한 걸음 나아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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