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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만월 Jul 15. 2024

<어바웃 어 보이>; 회피형 남주

인생과 음악, 영화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

<어바웃 어 보이(About A Boy)>  


2003년도 뉴질랜드 어학연수 중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 읽게 되었다.

DVD로 먼저 접했던 건지는 가물가물하다.

책도 DVD로도 여러 번 보았다.


그해 1년 어학연수가 끝나갈 때쯤

뉴질랜드 북섬과 남섬 크라이스트처치까지

혼자 여행해 보기로 계획을 세웠다.

친구들은 같이 가자 했지만

무엇인가를 혼자 하고 싶은 마음에

상냥히 거절하고 보름 정도 여행을 갔다.


기차 타고 페리선 타고 다시 기차 타고 버스를 탔다.

그때마다 메모를 했는데 메모를 하며

하염없이 눈물 흘렸던 때가 여전히 선명하다.

북섬에서 남섬으로 가기 위해 페리선을 탔는데

바다와 하늘 어디가 바다고 어디가 하늘인지

경계랄 것 없이 어우러지는 위대한 자연경관에

그저 눈물이 났다.

자연의 위대함을 느끼는 오금이 저린 순간이었다.

한 장 사진에 담을 수 없음을 깨닫고

바로 핸드폰을 내려놓고 대신 연필을 들고

술 마심 영어가 술술 나온다는 것마냥

영어로 메모를 한가득 해댔다.

지금도 그 메모를 보면 종이 너머

배에 앉아 넋 놓고 바다 위 하늘을 보던 그때가 떠오른다.

뉴질랜드를 여행하며 메모로 연습장 한 권을 다 썼다.

무엇이 그리도 감동이었을까.


그때 들고 다녔던 책이 <어바웃 어 보이>였다.

백패커에 머물면서 이 책을 늘 꺼내 들었다.

회피형 남주가 내적 성장을 이루어가는 영화로 기억한다.

남주는 한부모 가정의 한 어린 남자아이와 소통하며

삶을 다시 마주하게 된다.

여행을 하며 혼자 돌아다니는 것이 외로웠다.

쓸쓸하기도 하고.

그래서 혼자 처음 여행했던 그때를 생각하면

<어바웃 어 보이>가 생각난다.

<어바웃 어 보이> 속 남주가 참으로 외로워 보였다.

외로움을 선택한 사람 같았다.

자기 삶의 뛰어듦을 회피하며 귀찮음을 소거했다.

삶의 번잡함을 없앴으나 너무나 단조로운 일상 속에 있었다.

 

나는 그 책의 남주처럼 삶에 있는 듯한 때가 많았다.

나는 나를 회피하며 살았을까.

열심히 살았으나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번잡함이 피곤하기만 했을까.

그런 내가 청소년 내담자들을 만나면서 

지난 나와 오늘의 나를 마주하며 소통하고 있다.

그들과의 소통은 값지다.

그들과의 소통이 나와의 소통이며

그들과의 소통은 내 삶의 진솔함 자체다.


<어바웃 어 보이>에 깔리는 음악들은

'얘기하자'라는 가사를 담고 있는 것들이 많다.

회피하지 않고 열심히 내 삶을 살고 있는 지금

<어바웃 어 보이>가 생각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https://kko.to/_ZWrMTBW6y

https://kko.to/GB6CRxrE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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