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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돼지 엄마

개똥이 아들

by 세만월

오늘 오전반차를 쓰고

아이 학급 활동에 참여했다.


아이는 엄마가 자기 반에서

급우들과 상냥하게 함께하는 것이 좋았나 보다.


자기 옆을 지나갈 때마다

쑥스러운 듯

부끄러운 듯

앞니 빠져 귀여운 토끼마냥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띠며

돼지 엄마, 하고 놀렸다.


맞은편 친구가

엄마한테 심한 거 아냐, 한다.

그래도 아이는 그저 재밌단다.


활동 전 아이랑 같이 등교했다.

아이는 자기 반 쪽으로

나는 도서관 쪽으로 갈라졌다.

○○, 이따 봐.

엄마, 나는 엄마를 신께 바칠 거야.

왜, 맛있어서?

당연하지. 삼겹살이 얼마나 맛있겠어.

그럼, 엄마가 맛있지. 이따 봐.


언젠가 아이가, 엄마 돼지, 하길래

꽃돼지,라고 해주면 안 돼?, 하니

되려 똥돼지, 한다.


아이의 돼지라는 소리가 좋다.

돼지라고 놀리는 게 좋다니.


○○야, 너 태명이 개똥이였어.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이름.

말도 안 돼.

그래서 엄마가 똥돼지인 거야.

○○는 개똥이, 엄마는 똥돼지.

말도 안 돼.


오늘 하루가 ○○에게

좋은 한 장면의 기억으로

좋은 추억이 되기를 바라본다.

활동 끝나고 서둘러 가는 엄마의 뒷모습 말고

교실 활동을 같이한 엄마의 앞모습을 기억하면 좋겠다.


퇴근길에 영상통화를 했다.

아이는 바로, 돼지, 한다.

○○ 자려고 누웠나 보네.

응, 돼지.

내일 퇴근하고 봐, 잘 자.

퇴근길 아이와의 영상통화를 마치며

나의 하루 일과를 마친다.


잘 자라, 우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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