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장에 있어도 돼지.
그리고 나오고 싶을 땐
도와달라 해야지.
혼자 나오란 말이 아니야.
도와달라고 말하면 되는거야.
거리는 사실 얼마 안 되잖아.
연극성 성격구조를 가진
내 내담자의 사례로
수퍼비전을 받았다.
하지만 이 사례를
소그룹 수비 시간에 들고간 건
이 내담자가
상담자 나의 주이슈를 보여주기 때문이었다.
나와 마주한 이 내담자의
광활한 우주 속 텅 비어 있는 공허함을
느낀 순간
갑갑하게 갇힌 옷장 속 나,
텅 비어 있는 광활한 우주 속 차디찬 공허함,
그리고 이 내담자.
선생님이 도와달라 해야 해요.
내담자의 연극성 우회적 표현을 못 알아챈 건 뭐겠어요.
저도 그래서?
그래, 본인도 그리 살아와서 모르는 거예요.
수퍼바이저님 말에 1도 부인할 수 없었다.
내담자와 이 부분을 얘기하려고 한다.
그때 가면 내가 어떻게 대화를 이끌어갈지 모르겠다.
연극성 성격구조를 지닌 내담자와 상담자가 만나
상담실 상담 장면, 어떤 공기로 채워갈지는.
정서경험은 신체감각과 연결돼 있어요.
손이라도 잡아 줘야지.
안아라도 줘야지, 하고 수퍼바이저님이 말했다.
다른 내담자에게 곧잘 해주던
손을 잡아주고 안아주고 하던 것도
이 내담자에게는 전혀 해줄 생각이 들지 않았다.
본인에게 가혹하지 마요.
본인을 아껴줘, 수퍼바이저님 말 중 하나였다.
내담자가 자신에게 얼마나 혹독할 것인가.
나는 내 내담자와 나와 같은 비슷한 부류의 감정이 아닌,
내 내담자의 감정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서로 도와달라 표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