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만월 Oct 18. 2024

괜찮아 OO아, 괜찮아.

괜찮다 괜찮다 별일아니다 별일아니다 지나간다 지나간다

하루 일과를 잘 마무리하련다, 하고 글을 쓴 게 무색하게

경찰청에서 전화가 왔다.

남편의 고소 건으로 서에 나와야 한다며.

맞다, 아직 끝난 게 아니었지?

다음 주로 날짜를 잡았다.

어머니, 아버지께는 별도 연락을 드린다고 했다.


미사 드릴 때

"제 탓이오, 제 탓이오, 저의 큰 탓이옵니다" 하고,

고백기도를 한다.


한 번씩 잊을 만하면 오는 전화에

가슴이 덜컹하고 주저앉는다.

사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이미 심장이 파다닥거린다.


이 시간 일이라도 하고 있는 사무실이었다면

금세 무엇으로 잊었을 텐데..

오늘은 몇 달 만에 가진 여유로운 시간이라

마음이 고요해지질 않는다.


괜찮다 괜찮다

별일아니다 별일아니다


다음 주 이날은 오전에 심리검사 세 건의 슈퍼비전을 받는다.

그러고 경찰서로 가면 된다.

꽉 찬 하루가 될 것 같다.

하루 연차를 쓰고

늦은 오후 서에서 나와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시자.

그때 잠시 여유도 부려보자.

괜찮아 OO아. 괜찮아.


오늘 하루는 마무리가 되어 간다.

놀랐지? 심란하지?

그럴 만하지 그럴 만하지

놀란 가슴 잘 쓰다듬고

하려던 청소를 하자.


괜찮아 괜찮아

별일아니야 별일아니야

놀랐지 심란하지

그럴 만하지 그럴 만하지

괜찮아 괜찮아

별일아니야 별일아니야


'서류'라는 것이 이렇게 중요하구나.

형식적으로 하는 것일 뿐이야 생각했던 종이

나의 부부로서의 관계 종식알리기까지는 

그를 만난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구나.


제 탓이오 제 탓이오 저의 큰 탓이옵니다

괜찮다 괜찮다 별일아니다 별일아니다

괜찮다 괜찮다 별일아니다 별일아니다


주문을 왼다. 기도를 한다. 마음을 달랜다.


괜찮다 괜찮다 별일아니다 별일아니다

괜찮다 괜찮다 별일아니다 별일아니다

지나간다 지나간다 다 지나간다

언제 그랬냐는 듯 다 지나간다

다 지나가 있을 것이다

그렇게 다 지나간다


눈물이 난다.

힘들어서 그런건지

눈물이 난다.

차라리 우니깐 마음이 가라앉는다.


괜찮다 괜찮다

별일아니다 별일아니다


2,30초 울고 났을까.

순간 흘린 눈물로 마음이 가라앉는다.


괜찮다 괜찮다

별일아니다 별일아니다

지나간다 지나간다

괜찮다 괜찮다

작가의 이전글 오늘 나의 하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