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홈스테이를 했던 맘 집에 온 지 이틀째다.
Hello, ○○. Long time no see.
We haven't seen 10 years.
Last time was maybe 2015 or 2014.
홈스테이 맘과 나는 공항에서 보자마자
깊은 허그를 하고 내 아이와 함께 그녀 집으로 왔다.
아이는 한국에서 영어학원을 다닌 지 두세 달 되었으나
마이 네임 이즈 ○○! 하고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자기 이름조차 말하기 어려운 듯했다.
아이는 어색하고 낯설고 지루한 이틀을 보냈다.
어제는 공항에서부터 신고 온 신발을
그냥 집안으로 바로 신고 들어가는 것부터
자기 엄마를 외국 아줌마가 다른 영어 이름으로 부르고
자기 엄마는 영어를 하고
어린 친구들은 많았으나
그들이 자기에게 뭐라 건네는지 모르겠고
엄마가 다닌 학교가 바로 집 맞은편에 있어 가보았으나
전부 베이지색 톤에 단층으로
별로 재미랄 게 보이지 않는 그저 밋밋한 장소이고.
어제 한 것은 countdown에 가서
앞으로 2주간 아이와 내가 먹을 식료품을 사고
맞은편 warehouse에서 아이에게 필요한 샌들 한 켤레와 내게 필요한 여름옷 두세 벌을 산 게 전부였다.
그녀 집에는 내가 있을 때 홈스테이 학생으로 있던
외국 친구들이 모두 결혼하고 두세 명의 아이를 낳고
그들의 가족을 이루어서
여전히 이 집에 왕래하며 지내고 있다.
10년 전 20년 전 본 친구들을 여전히 이 집에서 볼 수 있다니
우리는 홈스테이 맘을 인터내셔널 맘이라 부른다.
○○야, 너도 □□ 아줌마라고 부르면 돼.
아이는 외향적인 것 같으나
한번 수줍음을 타면 샤이 보이가 되는데
어제가 딱 그러했다.
외국 친구들과 그들의 아이들, 그리고
홈스테이 맘의 친지들과 그들의 아이들이
아이에게 다가갔으나 수줍고 낯설기만 하다.
아이는 티브이만 보았다. 물론 영어이지만.
오늘은 아침에 집에서 차로 1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성당에 가서 10시 미사를 드렸다.
아이는 호주에서 산 뱀 인형을 목에 두르고 미사를 드렸다.
성체를 모시는 시간,
아이는 두 팔을 크로스하여 자기 어깨를 감싼 채 줄을 섰다. 아이 차례에서 신부님 앞에 조금 떨어져서 서자
신부님은 가까이 오라 손짓하며
아이의 머리에 손을 올려 기도를 해주었다.
미사를 마치고
수시 집에 들러 연어초밥을 사고
마켓에서 팝pop을 사고
홈스테이 맘과 함께 집에 돌아왔다.
아이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티브이를 보았다.
한 친구가 그에게 말을 걸자 쑥스러워했다.
하지만 어제보다는 조금은 달리 그 친구와 시간을 보내더니
갑자기 거실로 들어와 내게 아이가 물었다.
엄마, 팝이 뭐야? 여자 아이가 내가 먹고 있는 걸 보더니 자꾸 나를 보면서 팝 팝 하면서 울어.
왜 우는 거 같아? 하고 아이에게 물었다.
자기 거라 생각하나 봐.
나는 이 얘길 맘에게 했고 그녀는 내게 설명해 주었다.
아이의 엄마가 팝을 못 먹게 해서 먹고 싶어 그러는 거라고.
난 그 얘기를 아이에게 해줬다.
잠시 뒤 아이가 들어오더니
자기 거 한 개 그 아이한테 줘도 되냐고 물었다.
맘은 된다고 내 아이에게 답해 줬고
내 아이를 칭찬해 주었다.
외동인데도 쉐어링을 한다는 것이 참 기특하구나.
물론 내가 대신 아이에게 전달해 주었다.
친구들은 앞집에서 트렘블링을 하며 놀고 있었다.
아이도 함께 놀고 싶었나 보다.
나는 맘에게 물어봤고
자기 친척 집이라며 전화를 걸어
내 아이가 함께 이용해도 되겠냐고 물었고
괜찮다는 답을 받았다.
아이는 신이 나 그들과 함께 트렘블링을 했다.
한참을 놀다 들어와서는 다시 수줍은 듯 티브이를 보았다.
그러고 난 뒤 해변에 다녀온 한 친구와 뱀 인형으로 놀았다.
맘은 내게 말했다.
Sometimes they don't need any languages.
잘 시간이 되어 아이를 그녀에게 데리고 가서
안녕히 주무세요 하고 인사를 하게 했다.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Good night, □□!
큰 소리로 해야 그녀가 들을 수 있어라고 아이에게 내가 말하고 있는데, 그녀가 아이를 보며 나와 아이에게 말했다.
I understood you, ○○.
네 인사 아줌마가 정확히 들었대.
맘은 아이에게 큰 소리로 말해 주었다.
Thank you, ○○!
내일은 아이의 생일이다.
오늘 맘에게 그 얘기를 했다.
내일은 작은 해변에 가서 물놀이를 하고
옛날 같지 못하다는 하지만 안 먹음 아쉬운
피시 앤 칩스를 먹기로 했다.
디저트 집에 가서 작은 케이크에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촛불을 끄는 것으로 아이의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Do you think he would like it?
나는 아이에게 의사를 물었고
아이는 작은 목소리로 해볼래 했다.
표정으로만 보면 좋다는 건지 싫다는 건지 애매하지만
맘과 나는 아이의 의사 표시에 따랐다.
We just try it.
아이에게는 지루하고 심심하기만 한 이곳.
All the time you can't entertain him.
Life isn't always exciting, you know.
그녀가 내게 해준 말로
이삼일은 일상을 보내듯 아이와 지낼 것 같다.
어느새 아이는 곯아떨어져 내 옆에서 자고 있다.
Good night, □□!
Thank yo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