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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받아들임

당신의 영원한 안식을 빌며(나는 반딧불)

by 세만월

반딧불 동굴 투어를 다녀갔다 지금 막 돌아가는 길에

맘의 남동생이 교통사고를 당한 곳에 잠깐 차를 세웠다.

1년 하고 2개월뿐이 되지 않았다. 교통사고가 나고 8주 뒤에 그는 죽었다. 화장을 했고 재는 그의 방에 놓았다.


맘은 아직 그의 유품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그가 사용하던 폰도 여전히 그의 침대 위에 있다고 했다.

그의 얘기를 할 때마다 그녀는 눈시울이 빨개졌다.

그녀는 눈물을 흘렸다. 나도 눈물이 났다.

그날은 평소와 달리 다른 동행자가 운전을 했는데

그가 했어야 했는데 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하지만 이내 말했다. 그저 수용해야 한다라고.

사고가 났던 도로가에 세워 둔 작은 표식인 십자가 옆에

그녀는 작은 꽃다발을 놓고 십자가에 손키스를 했다.


맘은 젊은 시절 뜨겁게 사랑했던 남자친구를 사고로 잃었다.

그로 인해 수년간 자기 방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고 했다.

그녀의 엄마는 그런 그녀를 말없이 기다려 주었고, 그녀는 수년이 흘러 자기 엄마처럼 아이를 입양해 키웠다. 그 딸은 결혼해 한 가정을 이루고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동굴 투어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점심으로 나는 맥도널드 치킨버거세트를 사기로 했다.


맘, 나이가 들면서 생일이면 사람들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나누고 싶어져요. 더 이상 나만의 날이 아닌 것 같아요.


사람들은 생일날 나이 들기 싫다며 투덜거릴 때가 있는데 나이 드는 것은 영예로운 일이야.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해.

I think getting older is honor.


그녀는 내가 우울증을 겪는 초입 방문을 닫고 들어가면 수일간 나오지 않는 나를 묵묵히 기다려 주곤 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면 그녀는 노크를 했고 나는 오직 그녀만을 방에 들였다. 다른 사람들은 들이지 않았다. 그녀는 항상 나에게 빅 허그를 해주었다.


그녀는 남동생과 매일같이 이른 아침 새벽 5, 6시에 일어나

창가 옆 의자에 마주 앉아 담배를 태우고 커피를 마시며

두런두런 얘기를 했다. 그가 일을 나가면 그녀도 그녀의 일상을 시작했다. 내가 머문 동안의 이른 아침 풍경이었다.


그녀는 그를 잃고 난 뒤 더 이상 삶이 예전과 같지 않다고 말했다. Not the same at all.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 드는 것은 영예로운 것이라고 말하는 맘이 난 참 좋다.


동굴 입구에서 멀지 않은 거리로 파란색 반딧불을 봤다.

우리는 작은 불빛으로 행복했다. 맘은 내게 삶은 그저 받아들임인 거 같다고 말했다. 집에 돌아와 버거세트를 먹었다. 우리는 맛있게 먹었다.


당신의 영원한 안식을 빕니다!


* 늦은 밤 아이와 오늘 반딧불 동굴 투어 이야기를 하다가 담임선생님이 알려준 반딧불 노래가 있다며 자신이 직접 불러주었다. 아이 목소리를 녹음했다. 듣기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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