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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마음; 기억하려고

마음에 간직하려고

by 세만월

디즈니랜드에 갔다.

아이언맨 4D 체험관에 가자

아이는 아이언맨에 너무나 신이 나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사진 찍어줄까? 아이에게 물었다.


엄마, 이런 건 찍어야지. 아니 영상을 찍어줘, 처음부터.


이미 한 번 들어갔다 다시 들어가려고 나오는 길에 나눈 대화였다. 입구 통로 중간에 아이언맨 전신이 놓여 있는 부스가 있어 사진 찍어 줘? 아이에게 물었다.


이건 찍어야지.


아이는 멋지게 한 컷 찍었다.


4D 체험관 입실 전 개찰구까지 아이는 이것도, 이것도, 하면서 영상 찍어야 하는 곳을 직접 내게 알려주기까지 했다.


4D 체험관 입실 문 바로 앞에 서 있게 되어

여기서 찍어 줄까, 폼 잡아볼래? 아이에게 묻자

아이는 거절했다.


아니, 이제 여기부터는 찍지 마.

왜? 여기는 다 찍으라며 좋다고.

아니, 기억하려고.

어?

너무 좋아서 여기는 기억하려고.

아, 그런 거였구나. 그래.



아이의 마지막 말이 내게 어떤 울림을 준 듯했다.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아이 마음을 아이 생각을 깊이 알 수 없구나

그런 생각에서였던 것 같다.


그동안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사진을 찍네 마네로 아이와 실랑이를 종종 했는데

그때마다 다는 아니겠지만

아이의 감성을 본의 아니게 지켜주지 못한 건 아닌지 싶었다.


아이의 저 마지막 말에 그 뒤로 아이에게 사진을 찍자고 종용하듯 말하지 않았다. 아니, 그렇게 말이 나오지 않았던 것 같다.


디즈니랜드 기프트샵에서 아이는 아이언맨 마스크, 무기 등을 만지작거리며 온갖 포즈를 취하며 내게 사진을 찍어 달라 했다. 사진은 아주 자연스럽게 잘 나왔다. 억지 표정 같은 건 전혀 없었다.


디즈니랜드 뒤 일정으로 피크 트램을 타고 빅토리아 산 정상에 갔다. 아이는 정상에서 구름을 만끽하고는 신이 났고 우리는 바로 아래층에 내려가 늦은 저녁을 먹었다.


아이는 배도 부르고 기분이 좋았던 걸까? 평소 내가 매달 한 번은 아이와 찍으려고 애쓰던 스티커 사진을 아이가 찍고 싶다고 내게 먼저 말했다.

디즈니랜드에서 피크 트램을 타러 전철을 탔는데 하차하는 개찰구에서 내 옥토퍼스 카드가 작동하지 않았다. 아이는 이미 개찰구를 통과해 있는 상태였는데 말이다. 아이는 혼자 개찰구 너머에 서 있는데 요원은 보이지 않고 나는 당황해 바로 옆 편의점에서 혹시 잔액이 부족한 건 아닌가 싶어 홍콩달러 100달러를 충전했다. 사실 디즈니랜드에서 나오면서 이미 100달러를 충전했었던 터라 부족한 문제는 아니었으면서, 내일 홍콩을 떠나기 때문에 더 이상 옥토퍼스 카드를 쓸 일이 없는데도 200달러나 충전한 샘이었다.


그런데 스티커 사진을 찍으려고 보니 옥토퍼스 카드로 결제가 되었다. 기본 100달러. 이렇게 쓰이는구나 싶었다.


아이와 한 세트당 4컷씩 총 2세트 8 커트를 찍었다. 아이는 적극적으로 포즈를 취하며 엄마 얼굴과 자기 얼굴이 잘리지 않고 잘 나오게 하려고 자기 볼을 내 볼에 밀착해 가며 포즈를 열심히 취했고 방실방실 웃으며 촬영 버튼을 눌렀다.


7번째 나라를 여행하면서야 아이와 사진 찍는 이슈에 대해 소통이 된 것 같았다. 8살 아이라고 어리게 여기며 중요한 것을 남기려는 엄마의 이 마음을 네가 과연 알겠느냐가 아니었다. 내 아이는 좋았던 장면은 자기 마음에 간직하려 했던 것이다.


20년 전 혼자 뉴질랜드를 여행할 당시 웰링턴에서 픽턴으로 가는 페리를 타고 그때 보게 된 광경을 사진에 담으려 했지만 담을 수 없음을 깨닫고 사진을 찍는 것 대신 메모를 선택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엄마, 이런 건 절대 안 잊어. 너무 좋아서.


아이의 오늘 말이 잊히질 않는다.

아이가 신나 하는 모습에 흡족해지면서도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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