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의미 찾기, 기록
앞으로 해야 하는 일을 내 작은 수첩에 기록했다.
48절지 은행 수첩 같은 작업 수첩이다.
운전면허 필기시험 일정을 잡았다.
자격증 관련 8~9개의 교육을 신청했다.
질적연구로 박사 논문을 쓰기 위해 관련 교육을 신청했다.
2일간 진행하는 15시간 집단상담을 신청했다.
나는 일정을 작은 수첩에 수기로 적어서 정리한다.
48절지 은행 수첩 같은 작은 수첩이다.
아무도 알아보지 못할 만큼 지저분하다.
나만 알아본다.
20년도 넘게 들인 내 작은 습관이다. 기록.
가끔 내가 몇 년 전 몇 월 며칠 뭐 했지?
궁금해서 열어 보면
나의 일과가 눈에 보인다.
키워드만 적어 놓았어도
그날의 나의 모습이 기억날 때가 많다.
나의 그때를 떠올린다.
6살 때부터 기록한 그림일기 4절지 스케치북,
초등학교 때 기록한 그림일기,
20대부터 기록한 수첩,
회사 생활을 하며 기록한 업무일지,
지금의 수첩들,
그리고 브런치에 남긴 기록들,
나의 보물 1호는 기록이다.
브런치를 제외하면
전부 수기로 기록한 것들이다.
수업 시간에도 출력해서 각종 펜으로 기록을 한다.
손이 움직이면서 나와 접목되는 지점들에
별표시도 하고 떠오른 문장들을 적다 보면
어느새 내 머리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 든다.
그러고는 사실 더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미 적는 손에서,
적는 손에서 머리로, 그때 느낀 마음으로
배움이 입력되어
더 이상 지식이 아닌
내 것으로 변화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할 일들이 빼곡히 적혀 있는 수첩을 보고 나면
할 일들을 매일같이 적고 적다 보면
하루, 한 주, 한 달 나의 시간이 어느새 자리 잡아 있다.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은
빼곡히 적혀 있는 수첩에서는
내가 해야 하는 일 속에 있다.
내가 현재 하는 일 속에
내가 일을 하며 갖는 마음과 생각이 있다.
삶의 의미를 찾기란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이나
수첩에 적은 것들은
내가 지금 하고 있고 해야 하는 일들임을 보여 준다.
내가 무엇을 했고, 무엇을 할 것인지가
내 삶의 의미를 채우는 내용물이 아닐까!
삶의 의미 찾기는
봄이 왔기에
아지랑이 피는 듯한 내 이 기분을
어떻게 정의 내려야 하나 찾는
애매함의 극치일지 모르나
내가 지금 해야 하는 일을 적다 보면
그저 하면 되는 내 일이다.